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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Feb 10. 2023

휴직과 새로운 도전

 휴직하고 두세 달은 업무에서의 해방감과 새로움에 대한 도전으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 후에 임신이 되고 무리하면 안 된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안정기까지 웹툰과 드라마를 옆에 끼고 그야말로 나태하게 두세 달을 보냈다. 안정기가 찾아온 후에는 슬슬 몸이 근지러워져 다시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맸다. 그 결과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취미활동을 찾았다. 오늘은 그중 하나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성격이 급한 편이었다. 말도 빠르고 행동도 빠르고 생각도 빨랐다. 차분해지는데 도움이 되는 취미를 가져볼까 생각했었지만 시작부터 잘 되지 않았다. 동적이고 격렬한 걸 좋아하는 나에게 그런 취미들은 너무 재미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을 하고 태교 겸 잔잔한 취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고, 문화센터 강좌를 검색하다가 즉흥적으로 재봉틀반에 등록했다. 아기 옷을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있어서 더 관심이 갔다.


 드디어 문화센터 첫날, 첫날에는 재봉틀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종이에 직선, 곡선박기를 해보고 천에도 직선박기 연습을 했다. 급한 성격 때문에 재봉틀 페달을 세게 눌러서 직선도 곡선도 삐뚤삐뚤했다. 선생님은 나를 볼 때마다 페달을 천천히 밟아보라고 말씀하셨다. 섬세하게 하기 위해서는 더 천천히 해야 한다고. 그때마다 나는 속도를 줄이곤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다시 자동차 엑셀 밟듯 재봉틀 페달을 힘주어 밟고 있었다. '아.. 이건 내 길이 아닌가?'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음 시간을 기다렸다.


 재봉틀 두 번째 시간에는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미션은 에코백 만들기였다. 내가 에코백을 재봉틀로 만든다니.. 이제 겨우 재봉틀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익혔을 뿐인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미숙했지만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하나하나 따라 하니 어느새 에코백 하나가 완성되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내 힘으로 만들어낸 에코백에 애정이 갔다. 그렇게 나의 첫 작품이 완성되었다.



 세 번째 시간에는 핸드폰 넣는 미니 크로스백, 그다음에는 전자레인지 덮개, 파우치, 캔디베개.. 이렇게 매시간 하나의 완성품을 집에 가져가니 성과물이 바로바로 눈에 보여서 뿌듯하고 보람찼다. 공무원으로 일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 중에 하나가 눈에 보이는 성과물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맡은 업무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책에서 배운 대로 공무원이 공적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눈에 띄는 성과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본다고 해도 빠르면 1년, 느리면 몇 년이 지난 후에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매번 하나의 작품이 딱딱 완성되고 집에 가져와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재봉틀 배우기는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결국은 집에 재봉틀을 들이게 되었고 천과 지퍼, 단추 등 부자재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재봉틀의 매력에 흠뻑 취하기 시작했다.


 문화센터에서 아기 옷 만들기에 들어간 후부터는 집에 와서 아기 턱받이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센터에서 배운 것에 더해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고 쿠션이나 머리끈 등을 만들기도 하고 스스로 조금씩 변형해 가며 나만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루에도 몇 시간씩 재봉틀을 돌리다 보니 자세가 구부정해지고 몇 시간이 지나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생겼다. 이러다가는 내 몸에도, 아기에게도 무리가 가겠다 싶어 이제는 하루에 두 시간 이상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여전히 재미있게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럼 결과적으로 재봉틀을 통해 내 성격이 좀 차분해졌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여전히 나는 빠르게 말하고 빠르게 걷고 빠르게 생각한다. 하지만 성격 급한 나는 도저히 갖지 못할 취미로 생각했던 재봉틀을 내 취미 목록에 올린 것이 성과라고 하겠다.


 내가 살면서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많은 취미활동들이 실제로 해보면 다를 수 있겠구나 싶다. 경험하기 전에는 모른다. 섣불리 판단하여 편견을 갖지 말자. 아직도 세상에는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이 무궁무진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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