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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Feb 07. 2023

공무원 휴직 사유의 소멸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

 글을 쓰지 않은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시간은 정말 '아차~'하는 순간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휴직했던 사유가 소멸된 것이 가장 큰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변화로 인해 일상생활이 바뀌었으니 말이다.


 나는 질병휴직 중에 하나인 난임휴직을 하고 시험관 시술을 했다. 1차에 되는 것은 로또라는 말에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대로 인한 실망감을 줄이기 위해. 신랑에게 '처음엔 안 될 가능성이 크데. 이식하고 14일은 지나 봐야 확인이 된데.'라고 말하고 나서, 나는 홀로 소위 '임테기 지옥'에 빠졌다.


 임테기 지옥이란 무엇이냐, 임신테스트기를 하루에도 수도 없이 해보면서 임신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 많이 쓰이는 말이다. 내가 바로 그 임테기 지옥에 빠져버렸다. 수정란을 이식하고 8일 차부터 시작됐던 것 같다.


 임테기는 매일 아침 한 번 또는 이틀에 한 번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한데, 이론적으로는 알면서도 몸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였다. 새벽에 한 번,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번... 하루에도 수도 없이 임테기를 해봤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임테기에서 미세한 두줄을 봤기 때문이다.

 

 평생을 보지 못했던 그 두줄을 봤는데 인터넷에 폭풍 검색을 해보니 시험관을 할 경우 난포 터지는 주사의 영향으로 7일에서 길면 10일까지도 두줄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두줄이 점점 희미해지면 주사의 영향인 것이고 점점 진해져야 임신이라는 것이다.


 다음날 또 다음날 하루에도 몇 번씩 임테기를 해보면서 언젠가는 좀 더 진해진 것 같기도 하고 언제는 좀 더 연해진 것 같기도 하다. 이 희미한 빨간색 줄에 하루에도 몇 번씩 내 희비가 교차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어쨌든 결론적으로 임테기의 빨간색 줄은 점점 진해지는 듯 보였고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수정란을 이식하고 14일 후 임신여부에 상관없이 병원에서 피검사를 하게 된다. 임신과 관련된 호르몬 수치가 몇인지에 따라 임신여부를 판정받는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병원에 가 채혈을 하니 간호사님이 '결과는 오늘 오후 2시 이후에 순차적으로 전화를 드릴 거예요.'라고 한다. 집에 가서 애써 다른 일들을 좀 해보았다. 책도 읽어보고 집안일도 해보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오후 2시 이후에야 전화가 온다고 했는데 아직 12시도 되지 않았다. 다른 전환가 하고 핸드폰을 보는 순간 심장이 널뛰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온 전화였다.


 애써 침착한 척하며 전화를 받았다. 간호사님은 '네, 000님이시죠? 우선 이번달에 임신이 되셨고요. 축하드리고요. 피검사 수치는 135.5에요. 다음 주에 2차 피검사하러 오셔야 해요.'라고 한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떨리는 손으로 신랑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 임신이래.' 그리고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약간은 상기된 목소리로 임신을 알리니 엄마는 몸조리 잘하고 푹 쉬어야 한다며 꽤 오랫동안 통화를 했다. 이제야 좀 정신이 돌아왔다. 정말 임신이 된 것이다.



 그 뒤로 2차 피검사, 아기집 확인, 난황 확인, 심장소리 듣기 등 난임병원에는 매주 정해진 임신 확인 절차가 있다. 무사히 통과의례들을 뛰어넘고 나니 임신 10주가 되어 드디어 난임병원을 졸업하게 되었다. 이제 일반 산부인과로 옮겨서 한 달에 한 번씩 기형아 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하고 있다. 다행히 아기는 주수에 맞게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그리고 어느덧 임신 6개월째를 맞이하고 있다. 처음 임신을 알게 된 후에는 뭐든지 조심조심 살금살금 일상생활을 해왔다. 그리고 남편과 고민 끝에 복직을 하지 않고 난임휴직에서 산전휴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출산 전에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아깝지만 무리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마음 편하게 휴직을 하기로 했다.


 임신 안정기가 된 4개월 이후부터는 이것저것 취미도 만들고 책도 읽고 해서 이제는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앞으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출산 전까지 4개월 동안 하루하루를 내가 온전히 채워가야 하고 지금까지도 그래왔기에 글 소재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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