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세 개

by 슈팅달

“맛있더라. 너도 딸기 먹어...”


약 드시고 나면 입 안이 쓰니까

딸기로 입가심하시라고 딸기 한 팩을 사다 드렸다.

그런데 TV에서 하우스딸기가 비싸다는 말을 들으셨나 보다.

다 드시고 세 개 남은 딸기를 나보고 먹으라고 하셨다.

내가 엄마 드시라고 안 먹는다고 하니까

이번엔 요양보호사 정여사님에게 권하셨다.

“미안해서 그러지. 맨날 나 먹으라고 비싼 거 사들고 오는데, 나는 너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으니까...”

“엄마가 움직이기만 하면 다 사줄 수 있어. 이깟 딸기 세 개는 아무것도 아니야.”

“너 먹는 걸 보고 싶다. 얼른 먹어~”


엄마는 진심으로 딸을 생각해서, 계속 딸기를 먹으라고 했다.

순간 나는 그만하라고 소리를 쳤다.

슬프면서도 답이 없는 이 상황...

너무 속상했기 때문이었다.

“치매 초기가 왔나 보네... 왜 엄마는 엄마 말만 하는데?”

“....”

“내가 싫다는데, 엄마는 왜 내 말은 안 듣고 엄마 말만 하는데? 이런 게 치매래...”

“...”

“엄마 드시라고 했잖아. 왜 자꾸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해?”

“미안하다. 미안해. 화내지 마...”

피곤해서 눈이 반쯤 감긴 상황에서

엄마가 보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순간 짜증을 내고 말았다.

하아...

한숨...

뒤돌아서면 바로 후회할 짓을 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냥 먹을걸... 엄마앞에서 웃으면서 먹을걸...



다음 날, 죄책감에 여러 반찬을 만들어서 엄마를 보러 갔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또렷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치매라는 말 취소해! 얼른! 나 치매 아니야...”

“어제 엄마는 계속 엄마 말만 했잖아.”

“빨리 취소해! 긍정의 말을 내뱉어야지, 왜 부정적인 말을 해. 기분 나빠.”

“으하하하. 취소취소취소! 엄마 미안해~됐지?”

"내가 치매라는 증거 있니? 없잖아..."


힘이 없으면 말씀도 못하실 테지만.

컨디션이 좋으니까 나에게 투정도 부리실 수도 있는 거다.

그래 맞다..

엄마는 치매 아니다...

내가 치매라고 말한 것 때문에 어제 새벽까지 한숨 쉬며 못 주무셨다고 여사님이 말해 줬다.


"미안해. 엄마는 절대 치매 아니야! 됐지?"

"그래... 나 치매 아니야! 절대로..."



10월에 이모부가 장기요양등급 4등급을 받으셨다.

치매판정으로.

이모부는 부천시 치매안심센터에서 1년 동안 기저귀를 무상지급받는다고 했다.

정말? 공짜로 준다고?

기저귀도 질 좋은 상품이었다.


혹시나 엄마도 장기요양등급 1등급인데

정보가 없어서 혜택을 못 받았나 싶어 치매안심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센터에서는 필요한 서류를 가져오면, 기저귀를 주겠다고 했다.


*치매대상자 등록 서류안내*

1. 대상자가 방문 시
- 치매코드가 기재된 진단서 또는 소견서 또는 처방전
- 대상자 신분증
2. 보호자만 방문 시
- 추가적으로 3개월 이내 가족관계증명서 또는 주민등록등초본
- 위임장
- 가족 신분증


아쉽지만 엄마는 치매진단서가 없어서.

이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이모부의 경우는

치매안심센터에 가셔서 치매검사를 했더니 이상소견이 있었다.


1-10까지 세는데 시간이 걸렸고,

단어를 기억하는 능력평가에서도 얼버무리셨다고 했다.

그래서 안심센터가 소개해 준 종합병원의사를 만나러 갔었고

그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해서

최종 의사의 치매소견서를 받아 처방약을 드시고 계신다.


건강하셨던 이모부가 치매진단을 받은 것이 너무 속상하지만.

대신 요양보호사님이 집에 방문할 조건이 되기 때문에

가사와 식사를 챙기는 것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부모님은 늘 자식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맛있는 거를 사드려도, 자식얼굴이 눈에 밟혀서 못 드시겠다고 한다.

손 하나만 쓰실 수 있는 우리 엄마가 그러고 계신다


엄마...

딸 생각할 때가 아니야.

오직 엄마만을 생각하시고 맛있는 거 드세용,

그것이 날 위한 거니까요...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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