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강박에서 나를 구원한 두 가지 방법

그것은 운동과 체크리스트

by 해피져니

내 몸은 안 씻어도 청소와 칼각은 맞춰야 한다니,

그렇다 나는 일종의 강박에 빠져있었다.


강박을 벗어나도록 신랑을 나를 끊임없이 위로했다.

하지만 만족을 모르는 나의 마음과

수시로 소아과를 들락거리는 아이들의 면역력은

내가 쉴 틈 없이 집안일을 하게 했다.


몸은 기계처럼 움직였지만

내 마음엔 위기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러다 한평생 청소와 정리만 하다가 죽을 것만 같았다.

위기감은 방법을 찾게 했다.


내가 찾은 첫 번째 방법은 체력 기르기였다.

즉, 깨어있는 시간에 효율적으로 집안일을 끝낼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것이었다.

24년 봄, 난생처음 개인 PT를 받았고, 피로와 근육통으로

운동을 다녀온 날은 아이들보다 먼저 잠들다.


나만 알고 나만 신경 쓰는 집안일들부터 차 손에서 놓기 시작했다. 살려면, 자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쌓여가는 집안일을 보니 답답함을 참을 수 없었지만

밤이 되면 몰려오는 잠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답답해서 터질 것 같던 마음도 살아야 한다는 마음에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했다.


개인 PT 계약이 끝나고, 그룹 PT를 받기 시작했다.

함께 운동하는 동네언니들은 나에게 신세계를 보여줬다.

우리 동네에 맛있는 빵집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이렇게 따뜻한 줄 몰랐다.

언니들은 나에게 세상의 재미를 알려주고 집안일과 운동밖에 모르던 나를 집밖으로 끌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집안일 강박에서 벗어나는 두 번째 방법을 찾아갔다. 그것은 바로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람들은 주기적인 일을 '빠짐없이' 하기 위해 흔히 크리스트를 만든다.

근데 나의 체크리스트는 좀 달랐다. 해야 하는 집안일을 '주기에 맞게 딱 한 번만 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1년을 분기 / 월 / 주차로 나누고 주기별로 해야 하는 일을 정했다. (사진참고)


체크리스트를 만들기 전엔 화장실의 조그만 오염에도 락스를 뿌려댔다. 화장실 청소를 하루에 세 번씩 하는 날들도 있었다.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난 후에는 심각하게 지저분하지 않은 오염은 흐린 눈으로 넘어갔다. 화장실 락스청소는 3주 차에 한 번만 하도록 약속했으니까.


바깥세상의 재미를 알고, 운동에 지친 나는 점차 타협을 하기 시작했다. 쌓여있는 집안일에 강박이 가끔 찾아오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시간은 나를 다듬어주고 이젠 강박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운동과 체크리스트 만들기, 두 가지는 나를 강박에서 구원했다. 그리고 사는 재미를 알려줬다.


이 글이 나와 비슷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용기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기억을 꺼내 오랜만에 브런치 글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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