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문학 습관 만들기

day-47 착한 아이 콤플렉스

by 나무늘보

어느 강연에서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들었다. 어릴 적 양육방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 증후군은 의외로 흔히들 존재한다고 했다.

그렇게 여러 콤플렉스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 나는 콤플렉스를 찾아보았다.

이것저것 무엇이든 정확하고 간결하게 단정 짓고, 정의 내려야 하는 이 사회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여러 증후군과 콤플렉스들이 있다 것을 알게 되었다.

굳이 증상들을 조합하고 특징들을 나열하여 정의 내린 그 콤플렉스들.

들어보고 읽다 보면 다 내 이야기인 것만 같은 것들 뿐이다. 그렇게 여러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생각하니 과연 스스로가 정상적인 사람인가라고 생각될 정도이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란 말 그대로 착한 아이처럼 행동하는 게 콤플렉스가 되는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착함'의 강박에 갇혀 어른이 되어서도 착함으로부터 멀어지지 못하는 사람.

조용한 게 착한 게 아닌데.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 탓에 착하다고 일컬어지는 칭찬 아닌 칭찬들.

내 유년기를 돌아보면 그랬던 것만 같다. 그저 눈치 보고 소심해 내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을 뿐인데, 그러한 행동들이 순하고, 잘 따르는 착한 아이 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실은, 그 아이는. 내색하지 않고 거절 잘 못하고, 표현이 어려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전혀 이상할 것 없이 받아들였던 것들이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야 뭔가 불편한 게 생기고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온전한 나로서 스스로 존재해야 할 때. 독립을 할 때 말이다.

불편하고, 뭔가 이상한데 그 이유를 몰라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던 그 순간들. 간결하고 명료하게 정리된 증후군의 내용을 보니 그제야, 내가 불편한 이유를 찾았다.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순간들, 싫으면 싫다고 표현하지 못해 휩쓸려 가던 순간들, 내가 한 행동과 말들에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지를 먼저 고민하던 순간들. 모두 다 우연이 아니었다.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완벽주의까지 있으니 삶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계획은 하지 않되, 이것저것 생각하며 눈치는 봐야 하고, 또 그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싶은 마음까지 합쳐져서 하는 게 없어 보이는 반면, 본인이 제일 피곤한 이 상황들.

어렸을 땐 다른 선택권자의 선택에 따르기만 하면 착하다 일컬어지고, 큰 무리 없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러나 홀로서기를 하고, 나뿐만 아닌 내가 선택권자의 위치가 되었을 땐, 한 없이 초라한 콤플렉스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처럼 적응과 생존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고, 반영되지 않는 업무 처리 현실과 내가 살려면, 안 되는 건 안된다고 거절하는 용기가 있어야 했다.

처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하다 보니 오히려 속에 쌓이는 게 없어 편해졌다. 그러다 보니 반대로 나를 착하게만 알고 있던 가까운 관계인 가족한테까지도 어쩌면, 더 심하게 의견 주장을 하고 거절을 쉽게 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 표현과 거절이 주는 시원함과 편안함을 알아버렸기에.

예전엔 '네'밖에 할 줄 모르던 애가 '안 해', '싫어요'를 더 많이 한다고 표현하는 엄마의 말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각자 저마다의 삶 속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온 만큼 다양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콤플렉스든 아니든, 결국은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완벽해지려 부단히 노력할 뿐.

병을 고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정확한 판단에서 나오는 '진단'이다. 진단명이 나와야 치료방법도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은 스스로에 대해 성찰과 고뇌가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부족함#콤플렉스#성찰과 성장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문학 습관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