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

이병, 이별

by 탈해

한 평 남짓

내 공간 안에서

이따금 생각하곤 한다

빨간 전조등 아래 누워

천장에 상상을 비춰 가며 그리고

그리고 바라던 날에도

큰 수화기 너머 작은 신호를

오직 열정 하나로 해독하던 날에도

양 손 만한 탁자 위 한 손 만한 종이에

짧게 쓸 시간 없어 길게 늘이던 날에도

그 모든 흔적들에도 불구

마음만은 한 치도 닿지 못했구나


그리하여 여기

너무나도 침범되기 쉬운

이 내 나약한 공간 안에서

나는 더욱 움츠르고

슬픔의 움을 틔우며

울음의 운을 떼인다


그러노라 하던 모든 수고가

흩어지고 사라지는 것을 본다

보다 문득

보다 비인 마음으로

창백한 군번줄의 찰랑임 하나까지

큰 공허 속에 끊임없이 울림을 느낀다


-


물론 그런 군생활을 하지도 않았고

군생활에서 그런 일을 겪지도 않았다.

그래도 국가의 부름이라는 초인간적 억압 앞에서는

어떤 종류의 슬픔이든, 무리없이 가능할 것만 같다.


군대는 늘, 어떻든 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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