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분아(메리카)!-그 시작

11일간의 북남미 여행담

by 논리정연

< 2019.05.09~19>

미국과 쿠바 여행 얘기가 아주 갑작스럽게 나온 건 아니었다. 언니가 미국 보스턴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19년도 5월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편입을 해서 입학한 지 2년 만에 하는 졸업이었다.
나는 작년 9월에 이미 한차례 보스턴에서 3주가량(뉴욕 여행도 포함해서) 머물렀었고, 그것이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돈도 돈이고 직장도 직장이고 해서 언니 졸업식에는 가지 못할 것 같다고 공공연하게 가족들에게 말하곤 했었다. 하지만 가족 내 한 번뿐인 미국 대학 졸업인 데다가 아빠의 환갑도 있는 해이기 때문에, 거의 마지막일지도 모를(우리 자매가 이제 다 결혼 적령기이므로?) 넷이서만 하는 가족 여행을 가고 싶다는 엄마의 뜻에 따라 나의 사정은 언제나처럼 아웃 오브 안중이 되고만 것이었다.

아르바이트로 급하게 인력이 필요해 들어갔던 병원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인력난으로 허덕이고 있었고, 부족한 간호사들끼리 근무를 메우느라 나는 데이+이브닝이라는 16시간 긴 노동시간을 병원에 할애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여행 계획을 짤 시간이라던가 열정은 나에게 없었다. 집에 오면 지쳐 잠들기 일쑤였고, 가족들의 부탁이 내포된 강요에 못 이겨 겨우 숙소와 비행기표 정도만 예약했을 뿐이었다.
시간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게 한 달이 흘러, 비행기표를 끊고 잊었다 싶을 정도로 인지하지 못했던 여행 날짜가 벌써 코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가족들도 각자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이었다. 아빠는 가게 일에, 엄마는 공사다망한 여러 약속들에, 언니는 마지막 학기로 정신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여전히 데브닝을 뛰어가며 동료들의 희생 속에 나의 연차 휴가는 허가가 떨어졌고, 드디어 마지막 데이 근무를 마치 장장 12일에 걸친 오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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