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월출산

by 조성범

월출산/ 조성범


밤바람
엉엉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가슴에 쩍하니 벌어진 틈이 시려와
서해를 따라 아랫녘으로 내달려 갔다

동트는 새벽
댓잎도 울고 있었다
솟구쳐오르지 못하는 바람 따라
허공중 까마득한 구름다리 아래

몇 계단인가
중생의 인과 연처럼 흐르는 땀
끓일듯 끓일듯 이어지는 가쁜 숨결

불쑥 찾아오는
꿈조차 꾸지 않는 평온한 잠자리처럼
하늘과 통하는 좁다란 바위틈을 지나
사방천지 가득한 운해를 발밑에 두고 숨 하나 크게 쉬어본다

웃고, 울고,침묵하고,걷고
온갖 기기묘묘한 바위들
바람에 일렁이고 햇빛에 물들어가는 억새밭,
단풍든 숲 풍경소리에 합장하고
기왓장에 쌓여만 가는 지전의 무게

동동주 한잔에
가슴속 얼기설기 틈새 막아 놓고
신발끈을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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