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꿈속에서

by 조성범

꿈속에서/ 조성범


어둠에

세상이 잠겼다

밤새 네온 빛에 시달리던 어둠이 세상을 삼켰다

오래전부터 헛소리로 생채기 나던 어둠이

헛웃음으로 검버섯 피던 어둠이

순식간에 입을 크게 벌렸다


새벽 안개비는

긴 유리관 속에서 바다이야기로,

열십자 붉은빛으로 수도 없이 방전되고

늙은 개처럼 배회하는 늦여름 새벽

맨발로 한밤중 8차선 도로를 뛰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후

허물 벗는 뱀을 돌로 짓이겼다

홀딱 벗고 물속을 걸었다

거미줄에 걸려 파닥거렸다

쏴라 !

쏴버려 !

뱃 창자 속 깊숙이 숨겨놓은 화승총을 꺼내들어!

정강이뼈 뚝 분질러 장전해!

잠시 후면 다시 돌아올 거야!


두다리사이 감겨있는 홑이불자락 끝에 매달린 아침

닫힌 창문을 활짝 열어젖힐 것

이 어둠을 몰아낼 것

아마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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