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서다/ 조성범
경계에 서다/ 조성범
소강상태이다
구름 멀찍이 물러나 관망 중이고
꽃은 지고 잎마다 바람을 품고
가을을 잉태 중이다
도시는 침묵에 들고
대양이 한 걸음 물러나 음모를 꾸밀 때
우리는 고양이 낮게 웅크린 쓰레기통 옆
살 부러진 우산처럼
길을 잃었다
들것과 날것의
초식과 육식의 경계에 서
노골적으로 송곳니 드러낸 적들의
눈길을 피해 먹이를 찾아
숨소리조차 죽여 가며
사냥을 나서야 한다
도시가 울부짖고
순식간에 기습해오는 대양이
굵은 빗줄기 쏟아내면
발등까지 뚝 뚝 흐르는 빗물을 엄폐물 삼아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 것이다
잎이 모두 지고
빈 가지마다 햇살을 담아 긴 동면의 시간이 오면
우리는 저마다 가슴에 음각된 길을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