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도도새처럼/조성범

by 조성범

도도새처럼/조성범



세렝게티 초원의 물소는

풀을 뜯어먹고

사자는 물소를 끈질기게 사냥하고

정글에 숨어 사는 나는

연거푸 술을 마신다

녹, 적, 황색 불빛 유유히 흐르는 밤의 강에

찰나의 기회를 노리는

악어떼를 피해

살금살금 뒤꿈치 들고 걸어 나가

새우깡 한 봉지에 희망을 담고

도도새처럼

단 한 번도 날아 본 적 없는 꿈을

비어져가는 술병에 채우곤 하다

지루하고 긴 건기 끝나갈 무렵

적도에서 불어오는

바람 냄새에 비가

예감될 때 온 힘을 다해

비행을 시도해본다

비가 내리고 숨 쉴 때마다

풀썩이는 흙먼지 말끔하게 씻겨나가

솜털 하나까지 가벼워지면

밤의 강을 건너 새벽으로 날아가리라

정말 그러리라

송곳니 드러내지 않아

잔인하지 않은 새벽에 닿으면

아침이슬 한 방울로

갈라진 입술 적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