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리스너와 스피커 사이에서

by 백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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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정도의 경험으로만 미뤄 짐작해보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새로운 SNS든 초반의 어색한 고비가 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발을 딛고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답을 준비하며 딱히 목적도 없는데 의미와 명분을 찾으려 애쓴다. 혼자 있는 곳에서 만인의 시선을 감지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이방인들의 관심을 갈구한다. 공중 앞에서 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마이크를 찾고 지위가 달라 발언권이 없는데도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나만 제외하고 모두가 서로를 알며 나만 제외하고 모두가 해당 주제에 열성적이다. 프로필 사진의 간격만으로 같은 공간에 있다고 믿고 최소한 경청의 예는 갖추었다고 암묵적 합의에 이른다. 허상이지만 다른 허상의 서비스들에 비해 새로운 자유로움을 겪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읊조린다. 아무리 목이 터져라 외쳐도 아무 말도 들어주지 않는 오프라인보다 조금 더 민주적이고 귀찮게 하지 않으면서 배려와 매너를 갖추려고 다양한 방식들로 시도하고 있다고 짐작한다. 내가 아싸라는 변명을 이렇게 길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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