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하고 있는 감정들
마치 하루라도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글로 남겨두지 않으면
내일 아침 모래가 되어 사라져 버릴 것처럼
안달했었던 적이 있었다
너를 좋아한 지 4100일이 지나고
그래서 너와 결혼한 지 900일이 되어가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다만 사진과 책이라는
다른 모양의 것들로 다양해졌을 뿐.
같이 있을 때에도 너와의 거리를 체크한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 안에서 어디에 있든
우린 서로의 발소리와 입모양을 감지할 수 있지만
손에 닿지 않으면 불안하다
들리지 않거나 보이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어딜 나갈 때에도 그곳에서 돌아올 때에도
TV를 보거나 잠을 청할 때에도
안전하고 안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있도록 밀착된 거리를 유지하고
그럴 수 있기에 일정한 온기가 유지된다
너는 아이다
너는 소녀다
너는 여자다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다
안전해도 곁에서 멀어져선 안 된다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 따위를 허락할 수 없다
그게 허용되지 않는 곳이라면 가질 않고
그게 허용되지 않는 약속이라면 지키질 않으며
그걸 허용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만나지 않는다
절대적이어야 한다
이것이 고려와 선택의 대상이었다면
결코 너는 네가 아니고 나는 나가 아니며
우리는 우리가 될 수 없었을 테다
장문의 선언으로 서로를 묶어두지 않고
금전적 계약으로 관계의 덫을 두지 않았기에
한없이 자유롭게 한없이 폐쇄적이다
평가와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계산과 논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내가 그렇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고
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타인의 시선이란
타인의 말들이란
타인의 기준과
타인의 경험이란
얼마나 가볍고 보잘것없는 존재일까
우리의 관계는 모두에 노출될 수 있을지언정
우리의 관계는 누구에게도 영향받지 않는다
다만 부족하다면 수용하고
실수를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보를 담아둘 뿐
너를 보고 있으면
내가 너와 같은 공기 안에 있다는 것을
내가 너와 같은 공간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내가 너와 같은 시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시선과 냄새와 촉감으로 알게 되면
주위의 먼지들은 침묵한다
방해의 요소들은 소멸한다
고백한다
매일 하는 말
매번 하는 행동
매시 보이는 표정
어떤 암호들
어떤 표식들
어떤 언어들
독점하고 있는 감정들
조명과 음악이 끼어들지 못하는
그 진공의 상태에서
나는 너를 본다
너를 듣는다
네게 말한다
네게 닿는다
더욱 가깝고
더욱 긴밀하게
조용한 호흡들
눈빛
부스럭거림
머릿결
너의 이마
눈썹
입술
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