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럴 때 있지 않나

그리움이 욕망이 될 때

by 백승권

다들 그럴 때 있지 않나

그리움이 욕망이 될 때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싶을 때

허리를 휘어잡고 싶을 때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그려질 때

몸이 움찔거리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혼잡할 때

보고 싶기보다 말하고 싶고 닿고 싶고 만지고 싶을 때

예고 없이 찾아올 때

느닷없이 덮쳐올 때

예상치 못해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온몸과 신경과 머릿속을 잠식당할 때

한 사람의 이미지가

이곳의 나와 합쳐지고

한 사람의 호흡이

내 숨결과 섞이고

한 사람의 냄새가

주위를 환기시키고

아른거리고

모든 것을 장악하고

눈 앞을 혼미하게 만들고

개인의 우주가 뒤집히고

집단의 안위가 아랑곳 해지지 않고

주변의 사물이 새로운 색으로 덧입혀지고

눈 뜨고 있지만 잠들 것 같고

서 있지만 쓰러져 버렸으면 좋은

그럴 때가

지금, 아니면

어느 때라도 이런 폭풍 같은 감각들이

인정사정없이 닥칠 때가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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