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신 카카오웹툰. 호도
나는 매일 나쁜 일을 기다리며
나를 파괴하는 놀이를 했다.
호도라는 이름은 호도 애비가 호두과자를 먹다가 지었다. 호도는 태어나서 마주한 모든 사람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다. 성폭력, 가정폭력, 언어폭력, 아동학대, 정서학대, 뭐라고 부르든 호도의 세계는 폭력이 공기이자 담장이었으며 존재 이유 같았다. 죽을 때까지 맞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사람. 사람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니. 호도는 어릴 적부터 어둠 속에서 혼자 우는 날이 많았다. 모든 시간대가 모든 나날이 어둠 그 자체였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귀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귀신은 무섭지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맞을 때는 피가 나고 얼굴이 찢어지고 이빨이 뽑히고 머리가 헝클어졌다.
너무 우울해서 죽고 싶었다.
그림을 그리고 주변에서 관심과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호도의 가파른 인생 곡선은 조금 완만해지는 것 같았다. 뿌리 깊은 불행을 겪은 이들은 이런 변화가 어색하다. 비정상 비상식으로 가득 채워진 삶을 살다 보면 호의와 칭찬을 의심하고 원래 상태를 향한 회귀 본능이 꿈틀거린다. 침울하고 참담한 대우를 받고 감정이 파괴되어야 했던 상태가 호도에게 각인된 원래 상태였다. 호도 엄마는 그 원점이었다. 호도 아빠는 딴 여자와 살림 차려 호도를 맡았다가 내쫓았고 다시 맡은 친엄마는 호도를 차라리 죽이는 게 낫게 보일 정도로 학대했다. 물리적 정서적 학대를 일상화시켰으며 호도가 학생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호도의 입을 칼로 찢으려 수없이 시도했고 이것은 호도가 당한 수천 가지 학대 중 하나일 뿐이었다. 호도는 학대에 대해 견딜 수 없는 고통과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익숙하게 여겼다. 기물이 파손되고 쌍욕과 고성이 오가고 살과 피가 터지는 폭력 속에서 호도는 피해자로서 필수 구성요소가 되어 있었다. 다른 가족들도 다르지 않았다. “배울 것도 없는 미개한 인간들!“이었다.
항상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어.
그림을 그리며 먹고살게 된 호도에게 새엄마가 생겼다. 동거남의 엄마였다. 호도는 동거남의 엄마와 지내며 친엄마를 그리워했다. 이해할 수 없는 친엄마가 미웠지만 동시에 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친엄마의 악랄함은 바뀌지 않았다.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호도의 동생은 과거 호도를 강간한 남성과 결혼을 선언했다. 범죄에 피해를 입었을 당시 가족에게 알렸지만 모두 외면했다. 호도의 삶은 늘 그랬다. 호도는 언젠가부터 자살을 결심했다. 동거남은 주변의 다른 쓰레기들과 달리 호도에게 헌신적이었다. 하지만 호도의 삶을 결정적으로 단숨에 바꿀 순 없었다. 호도는 자해를 수없이 시도하고 정신병원을 오고 갔다. 호도는 다시 그림을 그렸다. 남친(아까 동거남)의 헌신은 호도 인생에서 받은 헌신의 전부였다. 곁을 떠나지 않았고 급하게 달려와 호도의 목숨을 수차례 구했으며 호도의 삶에 절실했던 경제적 정서적 환경적 지원을 위해 배려하고 희생하고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고민하고 실행했다. 호도 주변 쓰레기 모두를 더해도 그 하나에 필적할 수 없었다. 호도는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고 계속 그림을 그렸으며 그림을 통해 스스로를 일으킬 수 있었다.
눈을 뜨면 환청이 들리고 나는 미쳐가기 시작했다.
카카오웹툰에서 연재한 마영신 작가의 호도는 읽는 내내 신체의 모든 숨통을 옥죄는 듯한 강렬한 고통의 리얼리티로 독자를 휘어잡는다. 1화부터 이것은 실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는 음울한 믿음에 가둔다. 모든 컷과 대사의 독방 속에서 가학의 채찍을 사정없이 휘두른다. 방어할 수 없다. 고스란히 맞고 찢기고 피 흘리고 주인공 호도와 같이 울게 될 뿐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사이비 악마집단에 대한 영원한 증오를 재확신하게 만든다. 그래도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희망이라는 마지막 버튼이 있겠지. 아니, 그런 희망은 없다. 다만 그래 다만, 총체적 난국과 절망적 상황이 멈추지 않더라도 스스로와의 협상에서 계속 실패하더라도 살아있다 보면 계속 저항과 격돌을 멈추지 않다 보면 여러 번 지더라도 수없이 실패하더라도 한두 번은 그럭저럭 견딜만한 일도 생긴다는 점이다. 마영신 작가에겐 그게 희망이자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처럼 보였다. 물론 이런 관점이 누군가에겐 희망일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