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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May 03. 2024

내가 인생에 대해 얼마나 알겠어

내가 인생에 대해 뭘 알겠냐. 내가 결혼에 대해 얼마나 알겠어. 그저 난 1인분의 시간을 겨우 버티며 살고 있지만 그래도 니가 결혼이라는 걸 한다고 하고 그래도 나는 결혼이라는 걸 먼저 해봤다고 으스대려는 게 아니라 그래도 결혼이라는 게 하고 싶다고 매년 할 수 있는 간편한 행사는 아니니까. 그래도 결혼이라는 게 평생의 방향성을 뒤흔드는 선언 같은 거니까. 그래도 너도 고민이란 걸 해봤을 테고 고민한다고 답이 안 나오는 걸 알았을 테고 그래도 나도 니가 결혼한다니까 그냥 넘어가기 좀 그러니까. 어쩌면 결혼 전에 받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서신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너에게 조심스러운 몇 마디를 적어 보내려다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잊어버렸다.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했든 정성을 다해 말하면 더 잘 들릴 수 있고 이게 결혼 이후의 너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도 나쁠 게 없으니까. 그래서 그러려고 했는데. 줄이 바뀌면 바뀔수록 결혼하기 전의 남성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쓰다 보니 안 쓰는 게 나을 거 같다. 쓴다고 해서 알아들을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고 알아듣는다고 해서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아. 우린 다른 사람 다른 인생을 살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인생을 살게 될 테니까. 그게 결혼이라고 해도 다르고 다르다는 게 얼마나 달라지겠어. 결혼하지 않았을 때의 너를 다 알지 못했듯이 결혼한 이후의 너에게도 어떤 극적인 첨언을 해줄 수 없을 것 같다. 만나서 그때 줄 서서 먹던 감자튀김이나 나눠 먹자. 이번엔 내가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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