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식장을 나와 바로 왼쪽으로
고등학교 친구가 결혼을 했다.
아내는 아이폰으로 주변을 검색했고,
우리는 식장을 나와 바로 왼쪽으로 뻗은 광진교를 걸었다.
날은 이미 어둑해지고
지나는 차들의 불빛은 밝아지는
서울의 오후 다섯 시에서 여섯 시 사이.
강의 남과 북을 잇는다는 열 개가 넘는 다리를
전철과 자동차 말고는 지난 적이 없었는데,
손을 마주 잡은 네 개의 다리로 뚜벅뚜벅 물 위를 걸었다.
다리 밑 진한 청록의 물빛은 까마득했다.
또 멀리 보이는 다른 모양의 다리들, 다리들, 다리들.
겨우 1km 남짓한 이 짧은 교각을
'지남'이 아닌 '던짐'을 위해 왔을 이들을 잠시 떠올렸다.
물은 깊고 어둡고 차가웠을 텐데,
두려움을 이길 수 있었을 만큼
현실은 더 지독했을 거라는
살아있는 자의 참 값어치 없는 생각들,
저기 강 건너 하늘과 땅 사이 좁아지는 자락에
병풍처럼 펼쳐진 아파트 숲이 시야로 들어왔다.
이미 거주의 안정을 넘어 자본의 광기로 물든 현대의 바벨탑,
강줄기 하나 사이로 널을 뛰는 가격들을 부추기며
마치 모든 국민들이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할 거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또는 그렇게 유도하며
시멘트와 철골로 만든 잿빛의 건축물을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만들어버리는
언론의 지긋지긋한 플레이들을 향한
창의적인 욕들을 구상해보았다.
욕하면서 동경하고, 머무르면서도 외로워하는
공간이 파생시키는 다양한 감정들의 아이러니.
아직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상념은
거듭될수록 초라해지기만 했다.
드라마 촬영 장소로 쓰였다는 다리 중간의 장소에 들렀다.
길고 서늘한 다리와 시퍼런 강물 사이에
아스라이 접합된 계단과 용접된 듯한 공간,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려 떼어질 듯한 투명한 플라스틱 벽,
오금에 무한 진동을 전하는 얇디얇게 공중에 뜬 바닥들,
사방의 모든 것들이 불안을 조장하고 있었다.
숨을 고르며 다시 올라왔을 때도
물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방금 전의 공포는
쉬 사그라들지 않더라.
솔직해져야지, 정말 무서웠다고.
수백 대의 차를 지나는 동안
휴대폰으로 몇 장의 사진을 건지며
반대편 도심에 도달했다.
집 어딘가에 우두커니 방치되어있을
카메라를 두고 온 게 내내 아쉬웠다.
다리를 도보로 건널 기회가 몇 번이나 찾아올까 싶어서
커피숍을 찾다가 지나친 백화점 주변엔
집에 가는 사람들과 약속 있는 사람들로 즐비했다.
참 낯설어, 거리도, 사람도, 건물도.
처음 주문해보는 아이스 모카 블렌디드 어쩌고를 마시며
아까 산 잡지들을 펼쳤다.
11월 GQ엔 내가 보낸 글이 실렸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