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280km 정도의 이동을 계획하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짐을 챙기고 날씨를 체크하고 잘 곳을 정했었다. 새벽에 전화벨이 울리고 아빠는 폭설이 심하니 오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밥 한 끼 먹으려고 그 고생을 하냐며. 눈길을 뚫고 갈 마음의 준비를 하다가 조금 가벼워졌다. 창 밖은 눈이 부셨다. 지나칠 정도로 모든 것이 하얗게 원래 아무 색도 없었던 것처럼 하얗게 원래 아무 색도 없었던 것처럼 하얗게 완전히 하얗게 마른 가지에도 숲에도 창가에도 돌담 위에도 주차장 위에도 고양이가 살금살금 오가던 좁은 길 위에도 하얗게 하얗게 뒤덮여 있었고 여전히 하늘도 펑펑 펄펄 소곤소곤 나부끼며 눈발이 흩날리고 휘몰아치고 뒤덮여 있었다. 내가 아는 모든 도시와 도로와 모르는 거의 모든 곳들이 폭설 또는 대설주의보였다. 우리는 바뀐 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새로운 하루를 준비했다. 짐을 풀고 아침을 조금 먹고 가까운 곳으로 운전을 해서 나갔다. 모든 길이 낯설었다. 모두 하얗게 지워져 있었다. 우리의 길은 검었다. 우리는 검은 길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