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공 불가능

by 백승권

바람이 나를 통과해서

글이 될 때가 있는 것 같아.


나는 쓰기만 하면 돼.


글이 될 수 없는 마음도 있어.

글로 쓸 수 없어서 쓰지 않는 게 아냐.


글로 쓰는 순간

글로 쓰일 정도의 마음이 될까 봐 차마

글이 될 수 없는 마음도 있어.


이런 마음은 2차 가공이 불가능하지.


바람이 나를 통과해도

글이 되지 않는 것도 있어


혼잣말을 해보고

거기서 멈춘다


누구도 읽을 수 있는

글이 되지 못했지만

나는 알고 있지, 적어도 잠시라도.


내게도 혼자 웃었던 계절이 있었다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 끝에

끝내고 싶지 않았던 겨울 끝에

영원한 감촉으로 남았던 봄이


눈을 감아도 선명했던

모든 곳에 내리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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