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by 백승권

어쩌면 우리도 악수 한번 꽉하고

멋지게 안녕할 수 있었는데

현실은 HBO 미드가 아니라서

아무리 편집해도

근사한 장면이 연출되지 않잖아요

100% 실시간 라이브라서

기억으로는 컷편집이나

시간 배열을 바꾸거나

대사와 자막을 바꾸거나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로

다시 짤 수도 있는데

그건 알다시피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서

상대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몰라요

이걸 오래전부터 대략 알아서

우리는 그렇게 허둥지둥 대기도 했고

닫힌 문 사이로 뛰기도 했고

갇힌 방에서 울고

눈짓과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고

서로를 돕는 법을 갈구했었죠

영리한 생존을 택한 거예요

인생은 한 장의 사진이 아니니까

죽을 때까지 플레이되는 영상이니까

시간을 넘어설 필요 없으니까

시간을 우리 편으로 만들면 되니까

긍정에 모든 것을 베팅하고

항로를 고정합니다

세이렌의 노래가 쉼 없이 들리겠죠

지도는 잃어버리고

안개는 사라지지 않고

그냥 눈을 감아도 될 거예요

끝에 다다르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될 테니까

그때 기억에 남는 과정들이

우리의 전리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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