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e-toi

by 백승권

부모들은 여전히 귀찮아

우리도 언젠가 그렇게 취급받겠지

너의 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난 복잡하지 않았어

입장이 분명했고 어느 쪽에 서 있어야 하는지

또렷하게 알고 있었거든

너는 그러지 못했어

너는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서 태어났으니까

너와 나의 부모는 다르니까

너는 너의 부모로서 그들을 바라봐야 하고

나는 그러지 않아도 상관없었지

너가 얼마나 복잡할지 전혀 짐작조차 못해

몸과 마음이 갈기갈기 찢겼던

그 긴 시간을 지나 이제 와서 가해자들 사이에서

어느 누구도 제대로 욕하고 있지 못하는 너를

나는 그저 지켜만 보고 있어

너의 편을 들고 싶지만 너는 누구 편도 아니라서

나는 너의 판단을 돕고 싶어서 이런저런

의견을 더하지만 그건 그저 타인의 의견일 뿐이지

자신의 위치조차 헷갈려하는 너에게

내 의견이 뭐가 그렇게 대단할까

너는 그렇게 오랫동안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을 달래고 위로하고 헤아리며

옛날 드라마에서나 봤을 법한

상식적인 부모처럼 굴고 있지

나는 너를 연민하며 바라보는데 너는 오히려

그들을 연민하며 대하고 있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제대로 화도 못 내고

그들이 무너질까 봐 파도 앞 모래성처럼 대하고 있지

너는 그동안 그토록 수만 번 무너지고 다시 쌓고

다시 무너졌는데 너는 아랑곳없이 그들의 조각을

이어 붙이고 주워 담아

다정한 말로 온기를 불어넣더라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너는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난 사실 너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아주 오랫동안 해왔어. 20년 조금 넘었을 거야

그리고 넌 여전히 그렇게 내 곁에서 살고 있지

넌 그런 사람이야. 날 매번 놀라게 하는 사람

내가 최근 자주 했던 말 중에 너의 삶에 너만 없다는

이야기가 있었어. 사실이고 진실이며 전부야

하지만 너는 너의 주변과 함께 살아남으며 그걸

너의 전부로 끌어안으며 그걸 너의 삶이라고 규정했어

모두가 괜찮아야 너도 괜찮다는 결론으로 이어졌어

한가운데에 너가 없는데 너의 삶이라니

너의 삶이 완성이라니 그래도 괜찮다니

널 여전히 모르겠어. 앞으로도 그럴 거야

하지만 우린 서로를 선택했고 뼈와 근육처럼 합쳐진

사람이 되었으니 너에게 간섭할 수밖에 없어

나를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난 너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 너를 소홀히 대한다면

그건 나 자신에게도 죄를 짓는 일이겠지

수십 년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마음먹는다고 그게 될까

너가 그만 울었으면 좋겠어

너가 잘못하지 않은 일로 너가 그만 울었으면 좋겠어

차라리 너가 그들에게 따지고

화내고 짜증 내고 욕을 하는 게

당연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태도야

이건 정당방위조차 아냐

이건 그저 너무도 당연한 권리이자

어쩌면 너의 인생을 위한 의무에 가까울 정도야

스스로를 그만... 옥죄었으면 좋겠어

너가 타인들을 아끼며 스스로를 아끼는 거겠지만

어쩌면 스스로를 아끼는 법을 제대로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서 타인들을 아낄 수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해

세상 모든 타인들이 너의 거울이 되어서 너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그걸 문지르며 깨끗이 하며

자신의 얼굴을 닦아내며 자신의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제발... 너를 아꼈으면 좋겠어

너의 마음과 몸을 스스로 쓰다듬으며

착하다고 잘했다고 칭찬하며 그렇게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해 줘

내가 아무리 너에게 깊숙이 들어가려고 해도

내가 닿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아

거긴 너만이 어루만지고 위로할 수 있는 부분이야

너의 목소리에만 반응하는 부분일 거라고

너를 사랑해 줘

너를 무겁게 하는 모든 것들을 덜어내고

그만 자신에게 의자를 가져다줘

폭신한 베개를 받쳐줘

따스한 티를 내려줘

나도 눈앞에서 너에게 자주 더 그러도록 할게

너의 눈물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녹아있을지 상상도 안돼

내가 모르는 지난날의 경험과

무너져 내렸던 독하고 쓰라렸던

이미지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두려워

이렇게 너의 삶에 조금도 보탬이 되지 못하고

무겁고 보이지 않는 각자의 상처에

겹겹이 둘러싸인 채 나이만 들고 병들까 봐

사랑한다는 말의 연약함을 우린 알고 있지

그 연약함을 둘이서 조심스럽게 들고

앞으로도 같이 나아가자

내가 모르는 이유로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적어도 혼자 있을 때 만이라도

너무 많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알았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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