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죄

by Glenn

몇 시간 전 아주 잠시

자살에 대해 구체적으로 떠올렸어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전문 상담이 필요할 정도로

다급한 상황인지는 모르겠어요

내면을 살피는 일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쓰고 있으면서도

관찰에 그칠 뿐

개선과 긍정적 순환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고

자살을 떠올렸던 사람들을 떠올려보고

자살의 후폭풍과

자살 경험을 지나왔거나

자살 경험 후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을 떠올려요

그들은 이제 죽은 사람이겠지

미학적으로 아름다울 수 없는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공개될 텐데

타인의 모든 죽음은

아니 어떤 죽음이라도 망각에 이를 것입니다

흔적으로 잔존하더라도 대부분 삭제될 테고

연유를 따지고 싶지 않아요

어떤 끝은 공기를 흐르지 않고 찾아옵니다

조용히 나를 밀어내며

아무도 없는 바깥으로

그 모든 걸 인지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나

결국 텍스트와 이미지로 남겨진다면

그건 너무 더럽고 추악하고

시끄럽고 엉망진창처럼 될 텐데

죽은 후에 남겨진 것들은

죽은 자에겐 아무 소용없겠지만

물론 죽은 자의 예의 또한

남은 자들의 문제겠지만


소용없어요


영원한 단절을 향한 동력이

언젠가 막연한 시도로 이어질까

모두가 아는 죽음은 하나의 행사처럼 지나가겠지만

세상에 그런 게 있나 싶기도 하고

죽음의 당사자도 영문도 모른 채

죽는 걸 텐데

끝의 의미와 퍼포먼스가

그 단 한 번의 마지막 장면이

여전히 기대되지 않아요

닥치겠지만 어디서 시작될까


난 지금도 누구를 죽이고 있나요

도망간다고 해결이 될까

해결이 의미가 있나

죽음으로 도망가나

죄를 지었나


태어난 죄




Gianni Berengo Gardin Italy, 1930-2025

Venezia, Venice, 1960 (Printed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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