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우리는 우리가
서로 다른 길이와 색의 선으로 그어진
다른 세계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군요
순서를
따로 정하진 않았지만
조금씩 쌓아둔 생각을
이야기해 볼게요
우리의 부모가 다른 건
우리 탓이 아니죠
우리가 자란 동네와 학교와 집 구조가 다른 건
우리 탓이 아니죠
우리가 두 발로 걷는 어른이 되어 만나
어색한 인사를 하게 된 건
우리 탓이 아니죠
각자의 세계에
각자가 있었다고
각자가 그 세계의 건축가는 아니죠
우연한 거주자에 가깝지
우리의 주도권은
우리의 대화가
같이 호흡하는 공간 안에서
섞였을 때부터였겠죠
그때부터 우리는
책임의 전원 스위치를 켜고
판단력이라는 OS를 가동했겠죠
그때까지의
경험과 지식을 직관으로 모아
선별한 단어를 직조해 문장을 만들고
감정과 정서를 엮어 거래했겠죠
본능이 관여하여
변수를 가미했겠지만
그조차 책임 영역 안에 있죠
의식과 무의식이 동시에 작용했어도
가시적 행동이 전시되고
감각이 전이되었다면
되돌릴 수 없어요
침범이자 융합이고
의도와 전제가 무엇이든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모든 감정의 표출은
책임의 영역 안에 있습니다
법리적 판단과
금전적 손익이 오가는 게 아니라면
서류와 전문 서적을 동원할 필요는 없어요
잘잘못을 채근하려는 게 아닌
우리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이고
그동안 서로에게 어떤 온도였으며
어떠한 것들을 나눠가지며 지내왔고
이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받은 관계라는 것을
차분히 말씀드리는 거예요
우리의 관계와 감정에
공식적인 지위와
대중적인 타이틀을
부여할 수도 있겠죠
그게 무엇이든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현재의 우리의 중력의 영향권으로부터
우리가 우리를 몰랐던
완전히 깨끗한 각자의 지점으로
벗어나거나 돌이키거나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는 것입니다
태초에 다른 존재였던 각자가
오랫동안 우리로 묶인 들
이미 형성된 세계관을 벗어나기엔
쉽지 않을 수 있죠
서로를 다른 실루엣으로 재단하고
각자의 테두리를 형성하고
다른 기준의 선택과 판단을 거쳐
협의와 결론, 실행에 이르고
감정적 물질적 보상을 나누기도 하고
하지만 이조차 모두
우리라는 경계 안쪽에서
이뤄진 일들
우리는 그동안의 우리가
어떤 과정을 지났더라도
이 모든 것은 각자와 서로의
책임의 대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우리의 기억과 경험과
대화와 감정과 생각과
선택과 판단과 결과를 공유하며
여기까지 왔어요
같은 길 위에서
각자에게 우리의 과거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각자에게 우리의 미래는 다르게 계획될 수 있어도
분명한 것은 우리는 우리의 우리라는 점입니다
우리의 책임 안에서 결속되었고
예측불허의 날벼락에 의해
생물학적 생명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거나
하여 영영 가시적 감각과 감정의 도구와 응시로
서로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대화할 수 없는 참담한 단절의
지경에 이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우리의 책임 안에서
우리를 돌봐야 할 것입니다
눈먼 사랑과
비대칭의 이해더라도
우리는
우리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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