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드물게도 알면서도 멍청한 선택을 해요
멍청한 결과에 이를 거라는 확률을 배제하는 건지
억지로 눈을 감고 자신을 속이려는 건지 그게 뭐든
자기 인생의 가장 큰 가해자이자 피해자는 자신
첫 문장의 어떤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저예요
자기 연민이 얼마나 손가락질받을 일인 줄 알면서도
마치 그것마저 없으면 불타버린 외양간은
누가 복구하고 무너진 다리와 건물은 누가
재건하냐는 식으로 그만 두지 못하고 있어
도박에 중독된 사람처럼 무해한 중독이라고
합리화하지만 이것조차 중독 증상의 하나이지
자기 연민은 견고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어요
느낌과 생각을 가졌을 때부터
스스로를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기억이 누적되고 반응을 학습하고
주변 시선을 의식하고 대화를 수집하고
자기감정을 살피고 해야 할 말을 실시간 편집하고
자극에 무너지고 본능의 스위치를 눌러 저항하고
다시 무너지고 견디고 다시 무너지고 저항하고
다시 무너지고 다시 무너지고 일어서지 못하고
다시 무너지고 이러다 일어서지 못하면 어쩌지
걱정하다 다시 무너지고 무너지고 무너지다가
중간 정산 같은 결론을 내렸지. (나는) 불쌍하구나
명제를 하나 세운 후 파편화된 근거를 모아
주섬주섬 줍다 보니 불쌍한 근거가 널렸구나
강한 척하려고 물고 짖고 발광했지만
이길 수 있는 것은 없구나
터무니없을 정도로 아무것도 아니구나
계속 이러겠구나 남들도 이러는지 영영 알길 없겠지만
누가 가르쳐주었든 배우지 못했든 잊었든 잃었든
계속 패배하고 있고 실패하고 있고 당하고 있고
그렇게 타고난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총체적 난국이자 절망의 벼랑 끝에서
아무리 기어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구나
계속 이렇게 기어올라도 기어오르다 기절해도
다시 깨도 벼랑이겠구나
모호하고 흐릿하던 것들이 확신을 가지면
아무리 진화하려 해도 산전체를 집어삼키는 화마처럼
신이 보낸 폭우로도 잠재울 수 없어요
시간이 지난 후에는 폐허의 검은 흉터와
복구 불가능의 연기만 자욱하지 그렇게
검둥을 뺨에 붙이고 불타 죽은 짐승들의 사체를
끌어안으며 빙의한 채 터덜터덜 걸으며 우는 거야
우우우 우우우 우으으으 우으으어 어어어우 우으으어
쓰러져도 눈을 감아도 울음소리가 들려요
입과 코를 아무리 막아도 그을음이 생겨
정신없이 헤매도 끝이 보이지 않아 희망이란
말을 어디서 들으면 미간을 찡그리며 배를 잡고 웃어
자기 연민은 복수형이지, 스스로를 반으로 갈라
위로의 대상으로 지정했으니
언젠가 하나의 몸으로 합체해도
온전한 원형으로 붙을 수 없어요
거울이 없는 곳에서 끝까지 콜록거리다
당장 사라질 듯 움츠린 모양으로 누워
화산재가 덮일 때까지 점점 굳어가겠지
멍청하든 아니든 시작되었고
지나가고 있고 그 안에서 끝날 거야
인생이 한 번이라는 건 두려움이
많은 자들이 퍼뜨린 헛소문 아닐까
너무 길어
살아있다는 거짓말이
죽음이라는 개념조차
지어낸 이야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