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즈발레단 전막발레. 호두까기 인형
거대한 어둠이 깔리면
웅성이는 객석은 숨을 삼키고
장막이 찢어지며 빛의 기둥이 솟으면
표트르 차이코프스키의 제국이 폭발한다
먼 자리 아이의 날카로운 기침이 멎지 않고
어제의 자아들이 날 선 토론을 그치지 않지만
2부의 개막과 함께 Arab Dance가 등장하면
아 저들이 이 세계의 마침표구나
눈빛과 선, 그림자와 합,
손끝과 어깨, 척추와 이마까지
신체와 시간의 모든 틈을 무력화시킨다
저 몇 초 몇 분 몇 장면이
절정의 아름다움으로 군림한다
전과 후의 모든 이미지를 뒤덮는다
저기까지 오려고 얼마나 많이
스스로를 쓰러뜨렸을까
타고난 고귀함이라면
얼마나 고마운 불공평인가
압도적 등장부터 허공을 조각하는 날갯짓까지
무대 전체가 밝았지만 스포트라이트가
오직 한 곳만 편애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