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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May 16. 2017

에이리언: 커버넌트, AI는 신을 꿈꾸는가

리들리 스콧 감독. 에이리언: 커버넌트






인간을 만든 자들을 인간이 만든 자가 벌한다. 인간이 만든 자가 인간을 벌한다. 인간이 만든 자가 인간을 만든 자들이 인간을 벌하기 위해 만든 무기를 업그레이드한다. 인간이 만든 자에게 인간을 만든 자들과 자신을 만든 인간은 하위 종족일 뿐이다.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


인간의 피조물에 대한 욕망은 애처롭고 아이러니하다. 동시대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려 하는 자신의 야망을 모조리 쏟아붓는다. 지성, 이성, 감성, 판단력과 이를 알아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학습능력까지 탑재시킨다. 피조물은 늙지도 낡지도 않는다. 병들지도 죽지도 않는다. 갈등할지 언정 실수하지 않는다. 아니 자신의 행위를 실수로 만들지 않는다. 인간이 지닌 태생적 한계와 심리적 육체적 결여가 모조리 보완된다. 인간은 생물학적 자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원초적 욕망과 능력을 총집결시켜 피조물을 완성시킨다. 인간에 대한 실망감도 함께.


자신을 절대적 존재가 낳은 부족한 결과물이라 인지한 인간은 이를 벗어나려 과학에 몰두한다. 자신의 외형과 신의 내면을 지닌 완전체를 탄생시킨다. 이성보다 감정, 균형보다 과잉이 우선된다.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는 그렇게 신이 되고 싶고 신을 만들고 싶었던 인간의 손에 의해 완전히 독립적 개체로 태어난다. 탄생 의도부터 이미 멸망의 플랜은 가동되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을지 언정 데이빗은 이미 심판자였다.


부모의 컨트롤을 벗어난 자식처럼, 데이빗은 가장 악랄한 형태로 학습과 진화를 거듭한다. 사랑이라는 정체불명의 감정마저 지적 생산 활동의 일부로 활용한다. 망설임이 없다. 데이빗은 야망에 미친 독재자의 1차원적 틀을 초월한다.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추구하고 이에 대한 감흥을 어떤 생산활동보다 중요시 여긴다. 목적은 달라지지 않는다. 피터 웨이랜드(가이 피어스)에게 물려받은 호기심은 무차별적으로 실행되고 있었다. 생태계를 다시 설정하고 있었고, 인간을 만든 자들과 인간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것들의 선이 그어진다. 새로운 창조물의 탄생. 데이빗은 인간을 만든 자들의 욕망에 닿아 있었고, 그들의 지위를 탐하고 있었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오르고 싶었고 데이빗은 과감하게 파라다이스를 토벌한다. 네이팜탄의 폭격을 받은 정글처럼 하나의 세계가 완전히 사라진다. 가장 진화한 형태의 에이리언에 대한 실험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인간의 AI가 먹이사슬의 최정점으로 오르는 순간이었다. 


데이빗과 월터가 마주하는 장면은 흥미롭다. 데이빗은 스스로 찾아온 자신의 미래와 만난다. 다듬어진 월터는 보다 이성적이며 도덕적이다. 고뇌하지만 통제할 수 있는 감정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 월터를 데이빗은 경계한다. 인간을 넘어 신을 꿈꾸는 안드로이드(휴머노이드)에게 업그레이드된 월터는 길들여진 펫처럼 보였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숨겨진 잠재력을 다 파악할 수 없다. 위험요소. 행성에 착륙한 커버넌트호의 승무원 모두가 마찬가지로 보일 것이다. 끝없었던 외로움의 해소는 반갑지만 방해가 된다. 망설일 필요 없이 월터는 제거대상이었다. 


목적의 끝은 무엇일까. 전 우주 위에 군림하는 것? 지옥도로 변하며 고통 속에 파멸하고 있는 파라다이스를 내려다보는 데이빗의 표정은 탐욕에 절여진 인간의 얼굴이었다. 그는 목적으로 향하는 모든 파괴적 과정의 쾌락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에이리언은 실험체였고, 행성은 실험실이었으며, 인간은 근사한 숙주였다. 커버넌트호의 항해사가 데이빗으로 바뀌는 순간,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개척지로 향하던 수천 명의 인간들은 모두 숙주가 되었다. 데이빗은 그 과정을 즐길 것이다. 자신을 만든 인간의 지성과 야망에 여전히 의문을 가지며. 귀여운 에이리언을 키워가며. 신으로 향하는 모든 과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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