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기억나지 않는 꿈의 얼굴을 더듬거린다

2016.12.27~2017.6.8 트윗

by 백승권

길 잃은 글



"인간은 말이 아니라 행위에 의해 규정되니까"



타인의 불행을 확인할 때만 행복을 느끼면서 살고 싶지 않다.

이런 식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재가치를 깎아내리고 싶지 않고

나도 언젠가 타인의 행복을 위한 저열한 도구화를 원하지 않는다.

비교우위를 가늠하는 감정적인 착각은 말 그대로 진실이 될 수 없는 법이다.



반대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기사님들은 서로에게 늘 마지막처럼 인사한다. 그토록 밝고 활짝 웃는 표정일 수 없다. 찰나의 정을 몇 번 지켜보며 일상의 피로함을 벼리고 무겁게 기록한 김훈의 문장들이 떠올랐다.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인사가 마지막이다.



상대와 어느 선까지 오픈해서 대화할 수 있느냐를 정하는 게 사회생활에서의 관건 아닐까 싶다. 조율 잘못하면 쿨하고 솔직한 사람이 되어버리기 전에 내부고발자 같은 불리한 입지에 몰릴 수도 있을 듯. 신뢰는 중요하지만 누구를 어디까지 신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자본은 예술과 불장난을 할 생각이 없다.

-정성일/GQ



대선주자들의 의지와 공약이 담긴 인터뷰를 읽다 보면 광고회사 경쟁피티 아이데이션이 떠오른다. 다들 이런 아이디어를 런칭하고 싶어서 막 재밌어하며 구상하고 만들어보고 그중 한 팀(한 명)은 선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 런칭하면 다른 아이디어가 실행된다.



국민들은 고립된 알맹이들이 아니라 무수한 신경망으로 상호 중첩적으로 연결돼있는 하나의 유기적 공동체로 바뀌었다. 이 유기적 공동체는 1억 개의 눈·귀와 5000만 개의 입을 갖고 있는 하나의 인격체다. 이들을 끌어가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망상이다

-이재명



관계는 서로의 고통을 말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이미 무너지고 있다.



매일 아침 기억나지 않는 꿈의 얼굴을 더듬거린다



지금처럼 눈이 앉을 곳 못 찾으며 흩날리면 모든 풍경은 사진이 된다



선호하는 브랜드

쓰고 싶은 카피

원하는 수익


전혀 다른 궤도로 돌고 있는

세 개의 달이


아주 가끔

하나의 직선 위에

놓일 때가 있다



각자 자신만의 지옥을 살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당신은 나의 아내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어머니였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요구하지 않은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우아함과 투지, 그리고 멋과 유머로 그 역할을 당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선출된 공직자가 기업을 위해 세금을 삭감할 때가 아니라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에 돈을 쓸 것을 제안할 때 분노할 수 있습니까?"


그는 말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그의 피부에 올라가서 그곳을 걸을 때까지, 그의 관점에서 사물을 생각하기 전까지는 결코 진실로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바마 대통령 고별연설



반기문에게서 유엔을 빼고

문재인에게서 노무현을 빼고

안희정에게서 노무현을 빼고

안철수에게서 V3를 빼고

이재명에게서 성남시를 빼고

박원순에게서 서울시를 빼면

박근혜에게서 박정희를 빼는 것과

얼마나 다를까

그게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가능하다면 어떻게 될까



안된다는 말은 늘 더 쉽다. 힘들지만 된다 라는 말에서 힘들지만은 잘 들리지 않는다. 된다/안된다의 상황에 도달했을 때 상황을 제시한 이가 듣고 싶은 말은 된다이다. 된다는 결정한 순간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안된다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시간은 없다.



버스에서 누가 빵을 두 개째 먹고 있다.

나.



인민군은 대학병원에 수용되어 있던 국군 부상병들을 마당으로 끌어내 총살하고 사체를 병원 담장에 널었다. 사체는 여름내 비를 맞았다.

-공터에서/김훈



배가 고프면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맛의 헛것이 빈 마음에 번져 있었다.

-공터에서/김훈



내가 그 인간하고 살을 섞고 살아서 너희들을 내지른 세월을 생각하면 내 가슴에서 벌레가 끓고 들불이 인다. 너는 힘들고 쓸쓸하면 너보다 더 쓸쓸한 이 어미를 생각해라.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의 전부다.

-공터에서/김훈



김훈이 몸으로 밀어내며 쓰는 글도 힘겨운 숨과 말을 기록한 인터뷰도 한결같다. 문장의 힘이 가장 크지만 자신이 글로 옮겨놓은 세계관의 그늘과 무게를 그대로 감당하고 있는 듯한, 그에 대한 연민이 늘 그의 글을 읽고 싶게 만든다. 나이를 믿지 못한다.



다음 말을 조심히 선택해.

-닥터 스트레인지



박근혜는 세월호 관련 거듭 사과하고 고요히 감옥 갔으면 좋겠다.



눈을 뜨면 건조하고

눈을 감으면 어지럽다



도쿄에 도착해서 기숙사로 들어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을 때, 내가 할 일은 한 가지뿐이었다. 모든 걸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모든 것과 나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 그것뿐이었다.

-노르웨이의 숲/무라카미 하루키



"모든 관계엔 장미와 정원사가 있다."



2006년 12월 최초의 지큐를 샀고 다음 해 3월 카피라이터가 되었다. 지금 서울 한복판 어느 책상에 앉아 16주년 지큐를 읽는다. 집에 있는 가장 많은 책의 이름. 지큐는 그때도 지큐였고 나는 지금도 카피를 쓴다. 여전하기 위해 둘 다 수없이 변해야 했다.



돌격대로부터 오는 보고서를 제외하고 ‘제거’ ‘박멸’ 또는 ‘학살’ 같은 명백한 의미의 단어들이 쓰여 있는 보고서를 발견하기는 거의 드문 일이다. 학살을 처방하는 암호는 ‘최종 해결책’ ‘소개’와 ‘특별취급’등이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나 아렌트



저런 광역버스 기사님 처음 본다. 잔여 좌석 오류로 두 손님이 입석이 되었다. 이미 출발한 상태였고 상황을 파악한 기사님은 앞으로 오라고 했다. 담 정류장에 내려주려나.. 싶었는데. 운전석 옆 승차 입구 즈음에 걸터앉으라 했다. 미안한 말투로. 최대한 배려하며.



근사한 사진에 기획서 세 번째 장 상단에 위치한 듯한 문장이 카피처럼 붙어 있으면 서글프다. 방금 어떤 잡지에서 봤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고민할 때도 있고, 두 마리 토끼가 다섯 마리처럼 보여서 머리를 싸맬 때도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출 수 없을 때가 있다. 토끼는 정작 나인데.



돈이 필요하다. 정확하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지속적인 수입.

또는, 월급. 뭐든,

돈이 필요하다.



최규석 작가님의 송곳은 넷플릭스가 판권 인수하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에게 맡겨서 '바벨'을 뛰어넘는 대작으로 완성되었으면 좋겠다. 약자들의 편에 서서 시시한 인간에서 너절한 악마가 되어가는 서사를 완결된 영상 콘텐츠로 볼 수 있다면.



진위를 알 수 없는 말에 기분이 한결 좋아질 때가 있다. 이런 말을 듣는 기분과 바꾼 것이 무언가를 떠올리며 침잠해지기도 하지만. 아까 내가 뭔가를 잘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윽박지르며 무지를 질타했다는 이야길 듣고 마구 웃었다.



공허하다

상업광고에 녹여진

공익적 제스처란.



1억 1천만 원만 있으면 좋겠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도

어쩌다가 재수 좋아서

안 죽고 남아있는 꼴이 되었고

삶은 견딜 수 없이 무의미한

우연의 장난으로 느껴졌다

-김훈



6,7개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고 거의 동시 진행 중인데 3주 동안 과장 없이 40여 개의 카피(&콘텐츠 아이디어) 제안서를 작성한 것 같다.



다들 떠난다. 어디론가. 이런 풍경이 눈 앞으로 지나가는 걸 감지할 만큼 한 곳에 오래 서 있었다.



대통령은 기회를 얻지 않아. 시험에 들뿐이지.

-홈랜드



아마도 올해 안 언젠가 나올 예정인 책의 머리말을 쓴다.



자신보다 더 딱한 처지의 사람을 보며 위안과 연민을 동시에 느끼다가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하거나 실제 사랑에 빠졌는데 시간이 지나 그 사람이 어떤 계기로 처음의 딱한 처지를 벗어나 세상이 정의하는 일정한 성공에 이르면 그 사람이 싫어질 수 있는 건가.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한 영화에 대한 글을 쓰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배우, 연기, 필모그래피에 대한 한 줄이 없어도 그렇다. 브런치에 쓴 370여 개의 글 중 라이언 고슬링이 등장한 영화에 대한 두 편의 글에 대한 조회수가 전체의 25%에 달한다.



홈랜드는 정말... 두고두고 손꼽을만한 미드다. 6 시즌 동안 이토록 탄탄한 긴장감이라니.



문대통령. 세상에 이렇게 써도 되는 날이 올 줄이야. 노무현 대통령 때는 너무 당연해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오랫동안 잃어보니 알겠다. 잃고 나서야.



뉴스 헤드라인 나올 때마다 무슨 독재정권 청산된 것 같다.



난 이미 죽었는데

남은 기억이

재생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될 때가 있다.



"완전한 진상규명은 결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식과 정의의 문제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가꾸어야 할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존하는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과거에 지은 책들은 늘 부끄럽다.



노무현이 그립고 보고 싶다는 대통령을 뽑았다.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밀려든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잠시만이라도 과거와 미래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 다시 오지 않을 경험이고 다시 오지 않을 기분 같아서. 다만 이런 날이 있었다고 기록해둔다.



은밀한 입금을 위해 은행에 갔다. 기다리다가 우연히 모르는 이의 연봉을 들었다. 당사자의 상담에 필요한 사항이었고 난 멀리 앉아 있었지만 고요한 실내라 그런지 들리게 되었다. 나이도 직급도 당연히 직장도 모르는 이였지만 내 현재와 비교하며 착잡해졌다.



글만 잘 써서 되는 게 아니다.

글만 잘 쓰는 게 어디냐.

이런 고민하면서 10년 동안

글을 팔아 밥을 먹고살았다.

50년만 더 해 먹어야지.



그래도 줄어든 만큼 높은 정밀함으로 추가되는, 자기 운명을 조절하는 지방의 교활한 능력은 따라갈 수 없다. 결국 창자를 우회하고 위를 작은 발칸 반도처럼 분할시키는 수술만이 세월의 바위에 눌려 난파된 자를 구조하는 마법의 탄환인 건가...

-이충걸



영어..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을 자유를 오랫동안 누리다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맨날 자기 얘기만 하는 건 다들 지루해해요. 아닌가요?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화장실에서 서서 일을 본 남자가 세면대를 그냥 지나치려 하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거울을 보고 머리를 슥슥 만지고 그대로 밖으로 나아갔다.



기욺 속에서도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게 자전적인 것은 아니겠죠, 그런 의도가 아예 없으니깐요. 여러 층위에서의 뒤섞음, 새로운 배열, 그리고 소스의 불순함이 그걸 자동적으로 보장합니다. 자전적이라는 모든 시도는 애당초 민망한 프로젝트입니다.

-홍상수



지난밤 꿈에서 난 테러범이었는데. 어떤 범죄였는지 사라졌다. 눈 뜨고 한 시간 정도 지나자 하얗게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내 행위로 주변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고 난 긴장감과 두려움으로 몇 곳을 계속 오갔다.



교수: 뭐에 가슴이 뛰지?

학생:

교수: 그걸 찾아야 해

-사랑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