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공식적인 발설

불멸의 가치와 여전히 또 앞으로도

by 백승권

오늘 @vforveri 님의 초대를 받고 간 #필스교양 팟캐스트 녹음을 마쳤다. 이렇게 공식적인 채널로 아내와 도로시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은 처음. 뮤지가 DJ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갔던 기억이 겹쳤다. 광고와 카피업에 대한 말들을 버벅였다.

양호한 상태의 목소리 확보를 위해 주먹만한 마이크를 입주변으로 가져왔다. 마이크는 시선 아래에 있었음에도 눈 앞 전체를 가리는 듯 커다랗게 느껴졌다. 카피와 광고업 관련 이야기 중 답이 길어졌고 답이 길을 잃다가 질문이 생각이 안 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간에 뛰쳐나올 수는 없었으니까 말은 이어졌고 이어지는 말들은 목적지가 없게 느껴졌다. 자칫 청취자들을 모호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엄습했다. 오래 몸 담았고 가치판단이 흐려져 있었다. 단정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고 이점이 생각의 맥을 끊었다.

아쉬웠다.내 일을 더 근사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영혼까지 쪼그라졌던 시간만큼 견디고 지키게 했던 부분에 대해 더 여유롭고 낭낭하게 전할 수도 있었을텐데. 멋적어 하는 동안 주제가 바뀌었다. 아내와 도로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표정부터 바뀌고 있었다.

글로 쓰던 것을 말로 하는 것은 질감이 달랐다. 하지만 기쁘고 즐거웠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에 대해 지금까지의 여정과 내가 받은 영향, 불멸의 가치와 여전히 또 앞으로도 날 뭉클하게 만들 기대와 고마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내내 들뜨게 만들었다.

내가 이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공중을 향해 말할 수 있는 기회라니.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호할 때와 목적성이 분명할 때의 속도와 감도는 많이 달랐다. 한없는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한없는 부족함에 대한 미안함도 같이. 책소개도 할 수 있어 좋았다.

100회를 이어온 멋진 프로그램에 초대해주신 이용님(과 아내분)께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명성에 해가 되지 않을지. 부족한 역량을 가공할 편집력으로 창조해주시리라 믿는다. 딴지일보를 통한 인연이 이렇게 연결되다니. 낯설고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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