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젝트 섹슈얼 증후군

2017년 6월부터 오늘까지. 몇 개의 트윗

by 백승권

재발된 어지럼증으로 병원에 왔다. 몇 년 전 대형병원 응급실 갔다가 정밀검진까지 받았는데도 별 수가 없었다. 수 달에 한 번씩 재발된다. 열과 방향감각 상실, 극심한 어지러움과 두통을 동반한다. 어제 회사에서 오전 내내 앓다가 조퇴했다. 내내 누워 있어야 했다.


잘 길들인 새와 잘 먹인 개는 주인의 품으로 돌아오는 법이다.

-마르코폴로 S2


내일 다시 일하기 위해 오늘 자야 한다는 강박이 수면마저 노동의 일부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지쳐 쓰러져 잠드는 것이 아닌 내일을 위해 잠을 재촉하는 밤이 많아질수록 삶의 선택지는 급격하게 쪼그라든다. 나를 내 것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언젠가는 파도를 삼천 번을 세었어. 그러면 언젠가 지나가 버릴 거라는 걸 아니까.

-디 어페어


곧 카피라이터 10년을 중간 정산하는 책이 서점에 풀린다. 제목은 <저녁이 없는 삶>. 얼마 전 출간한 산문집 <연애의 허상>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책이다. 많이 읽어주면 더욱 좋겠지만 먼저 출간 자체가 담담하게 기쁘다. 간절했던 것들이 느리게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아내가 빼앗긴 것들과 그중 내가 잊거나, 무의식적으로 지나쳤던 것들이 떠올랐다. 아내가 꿈과 지성을 지닌 여성이자 독립적 인격체라는 점을 늘 떠올리지만 걸맞은 환경까지 맞춰줬느냐에는 절대 고갤 들지 못하겠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하여)


거대한 구름이 맹렬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볼 때마다 우주의 일부에 속해있다는 점이 실감 난다.


Doublethink

모순되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갖는 것.

-폭정/티머시 스나이더


자유를 대가로 치러야만 안전을 얻을 수 있다고 단언하는 자들은
대개 자유도 안전도 줄 생각이 없다.

-폭정/티머시 스나이더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어. 어렸을 때 난 그러지 않았고 지금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빌리언스


난 필연을 피하는 걸로 먹고살잖아. 다른 개들이 종이 울리면 침을 흘릴 때 나는 진짜 음식을 기다리지.

-빌리언스


거대 담론을 펼치는 시간에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게 옳다.


감성 뭘까... 사랑보다 더 유해한 단어가 된 거 같다.


EIDF 우리 사랑 이야기를 봤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이들의 사랑 이야기. 뽀뽀하고 안고 자고 싶어 하고 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하는 모습을 환상과 동정을 거둬낸 화면 속에 맑고 예쁘게 담았다. 남자가 돈이 모자라 5만 페소 반지를 못 샀을 때는 서글펐다.


저는 의도적으로 매일 일하러 갑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

-지지 하디드/보그


생각이 정리가 안되면 표정이 정리가 안된다.


도서 중심의 힐링 열풍을 보면, 사람들은 각기 다른 저자의 말과 글을 통해 결국 같은 이야길 듣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당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어 걱정과 근심에 쌓여 있더라도 "괜찮아" 같은 뉘앙스의. 독자들은 늘 외롭다.


그 자존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나

-왕좌의 게임


상투적으로 표현한다면, 왕좌의 게임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사람들이란 자신을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서며 변화에 적응하려고 기를 쓰는 이들이다. 그 과정에서 언제든 친구를 적으로 돌리거나 원수와 손을 잡을 수도 있는. 선은 없다. 오래 살아남는 악인들뿐.


20세기에 데이빗 핀처의 세븐이 있었다면.

21세기엔 리들리 스콧의 카운슬러가 있다.


카운슬러의 거의 모든 대화 장면들이 좋지만 그중 가장 압권인 건 마이클 패스밴더에게 브래드 피트가 길고도 섬뜩한 충고를 하는 장면. 카운슬러의 암울한 결말이 모조리 암시되고 경고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충고가 이렇진 않지만 어떤 시그널은 무시하면 죽음이다.


사람이 아닌 사물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오브젝트 섹슈얼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혼자를 기르는 법/김정연


지큐 코리아 9월호는 너무 좋구나. 정성일 평론가, 정우영 에디터의 글과 여럿 패션 화보들이 고루 좋았다. 얼마나 좋은 건지 지난달과 비교해 봤는데도 확실히 좋았다. 지큐는 탐독한 지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내가 가닿지 못한 좌표를 뼈저리게 알린다.


마일즈 텔러의 팬이 되기로 한다


내일 오전에 저자 사인회 한다. 근데 저자가 나임.


방금 전, 지인이 연인과 이별했다.


지금 회사에 와서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린 시간을 대략 계산해보면 500~700시간 정도 나온다. 1초도 빠짐없는 한 달을 길에서 보냈다. 처음엔 조급하고 안절부절못하고 화나고 억울하기까지 했는데 지금은 감정 낭비를 조절해 더 기다릴 체력으로 바꾼다. 하지만 저 시간은 나를 기다린 이들의 시간과 그들과 같이 있을 시간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서너 배 더 소요된 것과 마찬가지다. 무려 2000여 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 한채 기약 없이 기다리는 동안 너무 많은 것들이 함께 사라졌다.


내(가 쓴)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는 지인이 있다.

앞으로 봐야 될 영화들을 체크한다고 했다.


자비에 돌란 '단지 세상의 끝'을 봤다. 대사와 표정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배우 이름만 나열해도 충분하겠지만, 누구와도 서로 닮지 않은 가족들. 적의와 분노, 애정과 원망으로 둘러싸인 관계. 핏줄이란 환상만큼 허망한 게 있을까. 떠나는 게 가장 큰 배려다.


'헤일 시저!'까지 만들며 영화 비즈니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던 코엔 형제가 현 상황을 보며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 말할 것도 없이 조지 클루니도.


우리의 20세기 20TH CENTURY WOMEN는 올해 최고의 영화다. 남은 두어 달 동안 어떤 영화들과 만날지 모르지만 이런 류 영화 중 역대 최고라 여겼던 월플라워보다 더 좋게 느껴진다. 미성숙 인간(남성)을 둘러싼 세대별 여성들의 회상 같은 이야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통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