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춘문예] 소설 당선 소감

경계를 벗어난 사건에 대하여

by 백승권

소설과 현실의 경계는 영화와 현실의 경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날이 많았습니다. 글과 영상과 경험. 셋 사이에 선을 긋는 일이 점점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글이 끝나는 지점에서도 현실은 여전히 계속 되었고 영상의 잔상은 다시 글이 되기도 했으며 다시 현실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곤 했습니다. 현실 속에서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견디고 살아가고 잠이 들고 이동하고 다시 글을 쓰고 살아내고 잠이 들고 견디고… 피로감이 쌓여갔습니다. 늘 새로운 종류의 피로감이 생성되었고 이를 글로 표현하는 방식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어느 날 돌아보게 된 저의 글이 모두 같은 모양을 띄고 있을까 봐.

신춘문예는 장벽이었습니다. 두려워서 올라야 했고 넘지 못하더라도 오르는 척이라도 해야 했습니다. 현실을 견디기 위해 현실에서 탈옥하는 방법 중 하나였고 대답을 듣지 못하거나 문이 열리지 않더라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건 제 영역과 권한을 벗어난 일이었으니까요. 제가 할 수 없는 일을 기다리거나 바라는 건 연습을 거친 후에 괜찮아졌습니다.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저기요, 제가 당선이라니요. 타인들의 영역에서 영주권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무명의 소작농에게 소유권을 증명하는 도장이 찍힌 토지문서가 발급된 사건이었습니다.

단편소설 ‘버스는 오지 않는다’는 현실 영역과 비현실 영역 사이의 이동에 대한 글입니다. 주 5일 같은 시간 집에서 나와 바퀴 달린 네모난 박스에 몸을 싣고 거주하는 영토의 경계를 벗어나 회사가 있는 영토의 경계로 들어서는 일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습니다. 도착한 곳에서 글을 쓰며 돈을 벌고 먹을 것을 사고 잘 곳을 구했고 어둑해진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같은 버스를 탔습니다. 몸과 시야와 생각과 만나는 사람들과 풍경이 이동하는 동안 지금과 여기와 오늘과 내일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넘쳤습니다. 몸이 현실에 놓여 있는 동안 생각은 다른 수송기기에 실려 알 수 없는 행선지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버스는 오지 않는다’는 그 증거입니다. 또는 다른 행선지이기도 했습니다.

출발지와 목적지는 늘 바뀌고 있습니다. 끝과 끝에서 밀어주고 끌어준 분들이 있어 이 글이 태어날 수 있었고 당선의 영광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글과 말로는 영영 갚지 못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과 광남일보 담당자님께 고마운 마음을 거듭 전합니다. 제 인생의 끝과 시작, 영원한 구원자이자 슈퍼히어로, 첫사랑이자 아내인 김수연과 ‘하얗고 우아하고 맑은’ 우리의 모든 것 백아랑에게 내 모든 사랑과 기쁨을 전합니다. 부모님과 친구들, 동료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그대들이 없었다면 이런 행운은 절대로 없었을 것입니다. 밥과 고기, 커피를 사겠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다시 연락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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