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필드, 괴물은 누구인가

맷 리브스 감독. 클로버필드

by 백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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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껏 겪은 대다수 두려움의 이유는 ‘모른다’였다. 실체에 대한 무지. 보고, 듣고,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성적, 감성적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예측할 수 없는 결과, 거기에 따라오는 불안감, 답답함, 막연함, 안 좋은 생각들, 최악의 상황들. 이런 것들이 눈 앞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망각도 한몫했다. 과거의 경험은 몸과 머리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아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었다. 나약했다.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하는 차량들과 불빛이 꺼져가는 건물들. 도시의 밤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 떠나는 친구를 위한 서프라이즈 파티. 모두가 모여 술병을 들고 즐거움에 취한다. 한 사람을 보내는 마지막 밤? 하지만 자리에 모인 그 어느 누구에게도 평화로운 아침은 찾아오지 않았다. 굉음과 함께 도로 위로 떨어진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 외마디 지를 수 없는 군중의 공포로 도시의 밤은 숨을 멎는다. 이건 권총강도나 교통사고와 다르다. 어떤 누구도 이러한 공포와는 마주한 적이 없었다. 모두들의 머리 속엔 한 가지 물음, ‘대체 왜 이런 일이!’


공포의 형상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엔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들에 대한 그림이 각각 담겨 있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되는 모습의 가장 반대편에 서있는 것일 수도, 그렇기에 가장 익숙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괴물이라 칭한다. 괴상한 물체, 또는 괴상한 사람. 가장 친근하게 여긴 대상이 가장 괴이하게 변한 상태. 도시가 지옥으로 변하고, 불빛이 칠흑으로 변한 상태. 그리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형체를 눈으로 확인하고도 믿을 수 없는 어떤 ‘괴물’이 사람들과 친구들을 잡아먹고 죽이고 있는 상태.


마치 아마추어가 홈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한 듯, 핸드헬드 기법이 난무하고, 마구잡이로(보이도록) 편집된 화면. 고질라의 유튜브 버전이자, ‘2001년 9월 11일’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도시 한복판의 광경 속에서 대한민국이 보였다. 미친 소고기를 반대하는, 아니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싸우는 시민들. 그들을 짓밟는 권력이라는 괴물의 횡포, 무자비함. 각각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두려움의 근원을 막아보려 애쓰고 있었지만 괴물들의 물리적 힘은 더 강했다. 그들은 여차하면 너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면 너희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너희들의 죽음이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도록 조용히 죽이겠다면서 날을 세우고 있었다.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이 폭력으로 통제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서울이, 대한민국이,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영화 클로버필드에서 도시를 폐허로 만들어버린 실체는 외계 생명체나 유전자 변이의 영향을 받았을 법한 거대한 짐승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을 또는 전 국민의 심장부를 폐허로 만들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누가 시민의 머리와 도시 곳곳을 피로 물들이고 있는가? 누가 현재를 의심하게 하고, 미래를 보는 눈을 가리려 하는가? 누가 모두를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이게 하고, 분노를 참지 못하게 하는가? 대체 괴물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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