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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아나 Aug 06. 2019

얼마나 대화하고 사나요

권력이 물음표를 없애다.

가족과, 친구, 내 주변 사람들. 그중에서 아마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이후에 가장 많이 대화하는 사람들은 회사 사람들일 것입니다. 적어도 주 5일, 회사에 있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합니다. "부장님 아침 식사하셨어요?" "주말에 어디 다녀오셨어요? 얼굴이 좋아 보이시는데." 안부를 묻고 대답을 듣죠. 윗사람들이 질문하는 경우는 대게 이런 겁니다. " 부서 주간 회의 자료 준비됐냐". " 이번 행사 리허설 4시인데 분장팀에 전달했지?". 일과 관련된 질문들. 일하러 나온 회사에서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일하는 공간에서도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같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어차피 일하는 공간에서 일에 대한 질문과 답변만 할 거면 메신저를 이용해도 되고 카톡으로 주고받으면 그만입니다. 뭐 실제로 그렇게 처리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지만..



존재가치를 느끼는 여러 방법 중 하나는 계속해서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제가 하는 일 자체가 사실 그렇습니다. 아나운서로 뉴스룸에 앉아 앵커로 있을 때에는 어떤 사안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거나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을 합니다. MC석에서 대담을 할 때, 혹은 DJ석에 있을 때에도 어떤 주제에 대해 묻고 답하는 형식이 주를 이루죠. 혼자서 말은 하지만 그 혼잣말이 정말 혼자 하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 그것은 방송이 아닌 넋두리 내지 푸념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말을 할수록 말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질문이 아닌 혼잣말이 늘어납니다. 요즘의 고민입니다. 어릴 적 뭐든 그렇게 궁금해하던 저였는데 호기심이 사라져서 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호기심이 사라졌다기보다는 '순응하는 자세'를 취할 때가 많아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관계에는 권력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하다못해 부모 형제 지간에도 그렇고, 친구 사이에도 말이죠. 그 권력이 꼭 '갑 과 을'로 작용하지 않는 것일 뿐. 가령 순화해서 더 받아주는 쪽과 푸는 쪽, 늘어놓는 쪽과 주워 담는 쪽이 존재합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든, 함께 있는 모든 순간마다 그러한 관계가 작용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질문을 잘 한 인터뷰어를 꼽으라면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꼽겠다는 어느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질문의 기술적인 부분보다 질문이 가진 커뮤니케이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산파술로 그리스 젊은이들과 소통을 했고 예수님은 질문을 통해 제자뿐 아니라 적대세력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죠. 두 사람이 가진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대를 그대로 인정한다. 우리는 수평적 관계와 소통이 잘 되는데 수직적 관계에서 안 되는 이유는 지위나 지식에 근거해 상대를 무시하거나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력이 고작 3년인데 뭘 알겠어?" "내가 한 경험이 있는데 그냥 믿고 따라와."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볼링공이 핀을 맞추기 위해 직진만 하듯이 일방적인 대화가 됩니다. 강요하지 않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마치 예수가 손가락직을 받던 사마리아 여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2. 상대에 대한 순수한 관심이 존재한다. 겉으로만 척하는 관심이 아닌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유대감을 가지고 대화를 하는 겁니다. 예수는 나다나엘이라는 사람을 제자로 삼기 전 말을 걸었을 때 나다나엘이 되물었다고 합니다. "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예수는 이렇게 대답하죠. "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누워있는 것을 봤다." 즉 관찰하고 있다는 겁니다.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관심으로 질문을 하고 경청하는 자세는 대화의 가장 기본이 될 수 있습니다.


3. 동기부여를 위한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업무를 진행할 때 상사 입장에서 단순히 업무만을 지시할 것이 아니라 상대가 그 직무에 적합하고 인정하는 질문을 통해 맡기는 것이 현명한 사람의 모습이라는 겁니다. "김 차장이 지난번에 개막식 진행 맡았을 때 주변 반응이 아주 좋았는데 이번 자회사 오픈 기념행사 진행하는 건 어때?" 상대의 정체성과 지위, 지식, 전문성 등을 인정하면서 질문을 하는 방법은 전체적인 능률이 오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대화는 스포츠로 봤을 때 '볼링이 아닌 탁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방향으로 일방적 직진이 아닌 쌍방향으로 주고받는 것. 좋은 관계를 만드는 출발점, 그 사람에 대한 진짜 관심과 인정, 동기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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