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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lawinter Oct 07. 2023

하늘을 날기 위해 늘어가는 흰머리를 세어보다.

이제는 혼자서 거울 보며 바리깡으로 커트하는 게 익숙해졌다. 그러다 어제 문득 늘어나는 흰머리를 바라보며잠시 상념에 잠겼다.


인생사가 소멸하기 위해 나아가는 여정의 진행형이지만,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와 사로잡혔던 고민들이 노화를 가속화시키는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사실 와인을 비롯한 알코올이 주된 이유겠지만, 철저하게 자기 객관화를 하고 싶진 않기에 이건 접어두기로 한다.






그리고 지금은 Scotland(스코틀랜드)의 수도 Edinburgh(에든버러)를 가기 위해 공항에서 하염없이 뜨고 지는 비행기를 바라보고 있다. 이 번 영국행이 일곱 번째이지만, 스코틀랜드를 가긴 처음이다.

원래 계획은 Islay whisky(아일레이 위스키)를 좋아해서 Ardbeg and Laphroaig distillery Tour(아드백과 라프로익 위스키 증류소 투어)를 신청하고자 했으나,

3박 4일 여정에 싱글투어는 재정적으로 제법 무리였다


솔직하게 위스키 투어를 하고 나면, 매일 피트향을 그리워하며 중독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탄수화물도 잘 절제하고 금연도 여전히 잘 실행 중이지만, 매일 비 오는 저녁 아일랜드의 밤은 꽤 적막하고 음악은 술을 부른다.

그래서 방향을 틀어 에든버러에서 챔피언스리그를 보러 New Castle(뉴캐슬)로 향하고, 친한 선생님께서 계시는 York(요크)로 계획을 수정했다.








오늘 공항에서 가장 큰 주안점은 ‘드론’을 어떻게 가지고 가느냐였다.


그것도 악명 높은 ‘Ryanair(라이언에어)’를 이용하면서 말이다. 지난 Munich(뮌헨) 여행은 루프트한자였고 수하물로 부쳤다.

Drone(드론) 하면 할 이야기가 제법 많은데, 출발은 인천공항이다. 한국에서 아일랜드로 향하는 비행기는 직항이 없기에 무조건 경유해야 한다.  런던이나 파리를 경유하는 편이 중동의 아부다비, 두바이를 경유하는 편보다 비싸다. 그래서 두바이를 경유해서 왔는데 아랍에미레이트 항공 수하물 규칙은 드론을 무조건 배터리 분리해서 수하물로 부쳐야만 했다.


그 이후 드론을 가져갈 때면 하는 수 없이 수하물로 부치곤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기내 반입을 시도해 보았다. 이미 구글링을 통해서 라이언에어의 수하물 규칙도 살펴보았지만 랜덤으로 공항 검색대에서 불허가 날 수도 있는 우려가 남아있었다. 다행히 별문제 없이 통과되었고, 그동안 수하물로 부쳤던 것을 후회했다.



지금 함께하는 드론이 벌써 4번째 드론이다. 첫 드론은조종기와 수신이 멀어지면서 첫 비행에 영영 이별을 고했다. 두 번째는 ‘실내에서 사용하지 말 것’이란 규칙을 어기고 비교적 넓은 실내에서 운용하다 컨트롤 미숙으로 추락했다. 끝으로 세 번째는 Dublin Grafton St(그라프턴 거리)에서 갈매기들의 공격으로 추락했다.

한국으로 향하는 친구 수하물에 부서진 드론을 보냈고,다시 EMS 택배로 받아 지금 함께하고 있다.


Irish Museum of Modern Art (아일랜드 현대미술관) 정원을 위에서 넓은 시야로 바라보면 더 멋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드론은 거의 70% 이상이 중국산이고 DXX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다.  내가 사용하는 모델 역시도 그 회사의 제품이고 가장 작은 기종이다.

250g 이상의 무게가 나가는 드론을 사용하려면 국내, 국제에서 자격증을 가져야 하는데, 귀찮아서 가장 작은드론을 사용했다. 이 회사의 노력도 너무나 가상한 게 그래서 249g으로 무게를 책정했다는 것이다.

이걸 막기 위한 일본의 노력도 가상한데, 2022년 항공법 개정을 통해서 100g 이상의 드론은 무조건 기체신고를 하게끔 수정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나라는 250g 미만의 드론에 대해선 크게 문제 삼지않는 분위기다.







여하튼 가장 작은 모델이다 보니 제약사항이 너무 많다지금서부터 그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더블린은 드론을 사용하기에 최악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춘 도시이기에 더블린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Dublin Trinity college(좌)과 The Spire monument(우)



1. 비와 바람은 최악의 조건이다.

더블린은 우선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자주 내린다.

대부분의 드론은 방수가 안 되기에 비가 내리면 사용이불가능하다.

얼마 전에 비 내리는 밤에 놀이동산 찍겠다고 시도했다가 넷째 드론을 보낼 뻔한 서늘한 기억이 있다.

또한 사용하는 기체가 가장 작은 기종이다 보니 바람의영향으로 좋은 화질의 흔들림 없는 영상을 뽑아내는 것이 어렵다.


2. 바다엔 새우깡을 즐기는 갈매기들이 있다.

갈매기들은 드론을 발견할 경우, 모든 갈매기들에게 침입자가 나타났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마치 자기들 영공이 침공당했다고 생각하는지 순식간에 모든 갈매기들이 그곳으로 향한다.

직접적인 공격을 한다기보다는 수없이 많은 갈매기들에 둘러싸여 컨트롤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진다.


3.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다.

독일도 오스트리아에서도 느꼈지만, 대부분의 유럽사람들은 사생활에 대단히 민감하다. 드론뿐만 아니라 액션캠을 사용해도 어떤 사람은 직접적으로 불쾌함을 표시하며, 혹시 어디에 올릴 건지 물어보기도 한다.

사실 30m 상공만 올라가도 사람 인식이 어려워지는데, 그것과는 상관없이 불편해한다. 그래서 기체이륙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올리기만 하면 큰 문제가 없는데 그 올리기 까지가 상당한 노력을 요한다.

마치 죄를 짓는 기분이 들게끔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서 조용히 이륙시켜야 한다.


4. 이륙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혹시나 비행에 장애물이 있는지 수시로 모니터와 기체를 살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옆에서 하나둘씩 물어보기 시작한다.

배터리의 사용량 70프로 이상이 넘어가면 컨트롤러에서 경고음이 크게 들려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기 시작한다.  비행시간이 30분이지만(경고음 울리기 전까진 25분 내외)여서 제법 집중해야 하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다 오지랖 넓으신 분들은 자격증이 있는지, 허가를 받았는지 물어본다. 250g 이하는 자격증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건네고 이런저런 질문을 받다 보면 비행은끝이나고 만다.


5. 비행금지구역

당연히 비행금지 구역이 존재한다. 그런 곳은 아예 비행이 불가능하게끔 설정되어 있다.

영국, 오스트리아 그리고 독일 모두에서 경험한 것으로이륙하면 100초 이내 랜딩하게끔 자동 설정이 되어 있다. 이런 경우는 아예 비행이 불가능하다.

인스브루크는 도시 자체가 불가능했다. 서로 다른 3개 구역에서 시도했는데 모두 불가능했다.

그래서 케이블카를 타고 알프스 산맥으로 올라가 드론을 이륙했다가 오지랖 넓은 아저씨의 훈계를 듣고 포기했다.








Munich Alte Pinakothek(좌), Bamberg Dom(우)



자, 그럼 이런 어려움들 속에 흰머리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이 도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답은 대체불가능한 사진과 영상을 얻을 수 있고, 그걸 통해 함께 소통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나눌 수 있다는 점에 있었다.

그냥 나 혼자 눈으로 보고 즐기고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소통과 나눔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오늘 도착하는 에든버러도 그렇고 다음 달 예정하는 모로코 여행도 사뭇 떨리고 긴장된다. 사하라 사막에서 날리는 드론과 그 드론을 통해 얻게 될 아름다운 사진과 영상은 얼마나 멋지고 기가 막힐 지 도전해 본다.

도전은 삶을 유의미하게 만들어주며 그 의미성 속에서 가치와 추억은 존재의 뿌리에 다양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동시에 내면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

그래서 비록 흰머리는 늘어나지만 그것을 내 마음속에 나이테가 늘어가는 상징성으로 생각하고 오늘도 그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을 기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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