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슬립부스터가 살아남는 방식

느리지만 단단하게, 우리의 마라톤은 이제 시작이다

by 재원이

일주일에 서너 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뻔한 마케팅 대행사의 연락이다.


그들은 늘 비슷한 말로 우리를 유혹한다.


"대표님, 슬립부스터 리뷰 작업 좀 하셔야죠. 남들 다 하는데 안 하면 손해입니다."
"우리가 작업하면 매트리스 검색 시 1페이지 도배 가능합니다."
"스토어 랭킹 Top 5, 한 달 안에 만들어드릴게요."


그들이 말하는 '성공공식'은 참으로 달콤하다.


돈만 주면 가짜 리뷰가 쌓이고,

그 조작된 숫자와 내용을 믿고

눈먼 고객들이 결제 버튼을 누른다.


퍼포먼스 마케팅 붐이 일어난 이후,

업계에서 '바이럴'이라는 단어는

어느덧 '조작'과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필요 없다고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우리 스마트스토어에 쌓인

리뷰를 하나씩 느리게 읽어 내려간다.


어느덧 쌓인 스토어 리뷰 200여 개.

그리고 슬립부스터를 검색했을 때

연관된 블로그 포스팅 약 70여 개.


누군가에게는 보잘것없는,

한 손에 잡히는 작은 숫자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숫자는 세상

그 어떤 것과 비교할수 없는 우리들의 큰 자부심이다.


여기엔 단 한 줄의 거짓도,

단 한 번의 조작도 섞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쉬운 길'을 거부하는가


나 역시 소비자다. 물건을 살 때

상세페이지를 꼼꼼히 읽고,

마지막엔 반드시 리뷰를 확인한다.


내 선택이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타인의 경험을 빌려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의 절실한 선택 기준이 되는

그 '리뷰'를 조작한다는 것.


그것은 고객에 대한 기만이자,

사업의 본질을 스스로 더럽히는 일이다.


나는 또한 미래에 함께할 동료들을 생각한다.


슬립부스터에는 '불면의 종말'을 꿈꾸며,

사람들의 수면을 책임지는 제품으로

고객의 인생을 더 낫게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 모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


미션을 중심으로 모인 동료들에게

"리뷰 가이드를 작성해 대행사에 전달하라"고

지시하는 리더가 된다면,


과연 그들이 이 일에서 어떤 지속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성과에 맞춰 연봉이 결정되는

마케터들에게는 매출이 전부일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슬립부스터에서만큼은

매출이 전부가 아니다.


진짜 고객의 고민이 무엇인지

제품 개발 단계부터 깊이 파고들어야 하며,


고객이 제품을 선택하는

그 찰나의 순간까지 모든 여정에 진심을 담아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우리의 미션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만 곁에 두려 한다.


나는 이 사업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자를 받지 않는 이유


우리가 조용히 성장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투자자에게 연락이 오거나

혹은 투자자들을 소개 시켜주겠다는 분들이 계신다.


"투자받으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이 말에 나는 확신한다.


자본이 투입되면 우리는 지금보다

수십 배는 빠르게 덩치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투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


철저하게 나와 공동 창업자의

철학이 지켜지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서다.


VC(벤처캐피털)의 돈이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그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기말'이 된다.

철학보다는 매출 성장에 목을 매야 하고,


숫자를 맞추기 위해 우리가 지키고 싶던

가치들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빠르게 늘어나는 보상과 고속 성장의 궤도 위에서,

나는 과연 행복할까?


나는 이미 경험했다.

고속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일원으로서

그 성장에 기여했고,

강력한 보상도 받아봤다.

성장의 즐거움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때 진정 행복했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행복했다면, 과연 내게 공황장애와 불면증이 찾아왔을까?



나의 육체적인 전성기를 달리고 있을 때조차 나는 부러졌었다.


그건 나의 삶과 맞지 않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동료들과 함께 원대한 목표를 정하되,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뛰고 때론 템포를

늦추면서도 끝까지 달려나가고 싶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속도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압박에 목표를 바꾸지도 않을 것이다.


슬립부스터 2년차로 넘어가고 있는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들의 속도에 맞춰서 달려가고 있을 뿐인데,


지난 기간 동안 우리는 레드오션 시장에서...

불경기 속에서도 역행 없이

매달 최소 1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전 조직에서 8명이 붙어서 만들었던 성과를,

지금은 형준 님과 나 단 둘이서 만들어내고 있다.


심지어 우리는 매우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다.




더럽게 힘들지만 자부심 있는 길


남들이 말하는 성공 공식을 따라가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 데 지난 1년이 걸렸다.


슬립부스터를 시작하며 세상에

우리들의 얼굴을 공개하고 이름을 걸었으며,

우리들의 인생 전체를 걸었다.


정직하게 이 길을 걷는 게 더럽게 힘들겠지만,

그 힘듦이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우리들의 브랜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도 우리 제품을 믿고 귀한 시간내어

진심 어린 리뷰를 남겨준

270명의 고객에게 더욱 깊은 감사를 느낀다.


이 작은 숫자가 언젠가 거대한 산이 될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고 묵묵히 우리만의 속도로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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