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유목민을 멸종시킬 인생 베개 만들기
혹시 베개는 안 만드세요?
1년 넘게 슬립부스터 체험관을 운영하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질문 Top 3 중 하나입니다.
체감상 10명 중 8명은 물어보는 것 같아요.
혹시 베개를
'추천' 해 주실 수 있나요?
아쉽게도 베개를 아직 안 만든다고 말씀드리면, 좋은 베개를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꼭 하십니다.
수면에 진심인 우리가 만든 매트리스를 경험하며 쌓인 신뢰가, 자연스럽게 수면의 또 다른 핵심 요소인 '베개'로 이어지는 순간입니다.
우리 고객의 80%가 원하고 기다리는 제품.
매트리스와 토퍼를 넘어 새로운 제품으로 '베개'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수많은 베개를 써봐도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베개 유목민'이라 부릅니다. 솜 베개부터 메모리폼, 경추 베개까지 수십만 원을 들여보지만 늘 아침마다 뻐근한 목과 어깨를 마주하는 사람들입니다.
베개 유목민이 되어가는 과정은 보통은 이렇습니다.
1) 잠자리가 불편하다. 특히 등/목/어깨가 아프다.
2) 일단 만만한 베개를 바꿔본다.
3) 처음엔 괜찮은 듯 하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4) 이상한 베개를 산 탓이라 생각하며, 더 열심히, 더 비싼 베개를 찾아본다. 하지만 또 불편하다.
5) (찾고 > 사고 > 찾고 > 사고 반복..)
우리에게 베개 개발을 간절히 부탁하는 '유목민' 분들과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대화를 하며,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사실 범인은 2명. 공범이 있다는 것.
신기하게도 저희 제품으로 매트리스를 바꾼 분들께는 '베개가 불편하다'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매트리스도 문제의 원인 중 하나였던 것이죠.
어째서 매트리스 때문에 등과 목과 어깨가 아픈 것일까?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통증의 공범부터 주범까지 하나씩 파고 들어가야 합니다.
1.1. 통증의 공범, 매트리스.
한국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딱딱한 매트리스(바닥) + 높은 솜 베개' 조합은 목 건강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듭니다.
① 체중압력: 쿠션감이 없는 침대는 튀어나온 등과 엉덩이에 체중이 쏠리게 합니다.
② 긴장: 특히 살집이 적은 등과 어깨 근육이 강한 압박을 받아 잔뜩 긴장합니다.
③ 과신전: 이때 높은 베개까지 베면, 등과 목 근육이 과도하게 늘어나며 '초긴장' 상태가 됩니다.
④ 통증: 이 경험이 여러 날 유지되면, 목을 돌리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 찾아옵니다.
단단한 매트리스로 긴장된 근육을, 높은 베개가 더 힘들게 하는 것이죠. 사실 등 근육을 일차적으로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베개가 아니라 매트리스입니다.
그러나 잘 팔리는 베개를 보면 수백 개의 긍정 리뷰가 달려있습니다.
좋은 리뷰를 남겨준 사람들은 통증을 못 느끼는 금강불괴인 걸까요?
아닙니다.
구매한 베개와 궁합이 맞는 매트리스를 쓰고 있기 때문에 편안했던 것입니다.
(혹은 베개를 제대로 쓰기 전에 받자마자 후기를 쓰셨거나... 한 달 리뷰의 중요성!)
그래서 베개 유목민인 고객께는 종종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저희 매트리스로 바꿔도
불편감이 남아있다면,
그때 베개를 바꿔보세요.
1.2. 통증의 주범, '너무 높은' 베개.
사실 단단한 매트리스에서 큰 불편 없이 지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은 왜 편한 걸까요?
여기서 '주범'인 베개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고침단명(高枕短命)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베개를 높게 베면 일찍 죽는다는 말입니다. 사자성어가 있을 정도라면,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도 사람들은 높은 베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던 모양입니다.
높은 베개는 왜 좋지 않을까?
우리의 목은 C형태로 굽어 있습니다. 이를 '경추곡선'이라고 합니다. 무거운 머리를 수직 방향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받치기 위한 아치 구조입니다. 이 곡선이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만약 베개가 높으면 어떻게 될까요?
① 뒤통수가 들리면서 경추가 C 커브에서 일(1) 자로 변합니다.
② 목이 들리면서 등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근육이 과하게 늘어나 긴장합니다.
③ 그 결과 관절(디스크)과 근육에 모두 부담을 줍니다.
우리는 '고침단명(高枕短命, 베개를 높게 베면 수명이 짧아진다)'이라는 옛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론적으로 베개는 낮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시중의 베개들은 너무 높거나, '기능성'이라는 이름 아래 단 한 가지 사이즈로만 출시되어 개개인의 신체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좋은 베개라면 다음 세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수면 환경과의 조화
우리 고객의 80%가 원하는 제품. 당연히 슬립부스터 매트리스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2) 경추 곡선의 유지
베개를 사용할 때 경추의 자연스러운 C커브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나치게 낮아도, 지나치게 높아도 안됩니다.
3) 신체적 특징과의 조화
사람마다 목의 길이, 머리 모양, 체형이 모두 다릅니다.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 하나 빠지면 안된다. 균형이 중요하다.
저도 일자목에, 6개월에 한 번은 어깨/목 결림으로 도수치료를 받는 베개 유목민 중 한 사람으로, 수 많은 베개를 써 보며 체감했던 부분입니다.
매트리스에서 쿠션감과 지지력의 조화와 균형(Balance)이 중요했던 것처럼, 베개도 여러 요소 간 균형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우리 매트리스에서 가장 편안한 베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체형의 사용자가 각자의 신체 밸런스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정교한 사이즈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면
다른 침대에서 써도 편할 것 같은데?
우리 매트리스의 쿠션감에 맞춰 낮게, 그리고 다양한 사이즈로 설계된 베개는, (베개 자체의 편안함만 생각하면) 다른 어떤 침대 위에서도 최상의 편안함을 줄 수 있습니다. 베개에서 핵심은 '본인에게 맞는 사이즈'이기 때문이죠.
어쩌면 베개 유목민을 멸종시키고, 유목민의 삶에 부스터를 달아줄 '인생 베개'를 탄생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부푼 마음을 안고, 베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