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매트리스 개발기(2)

슬립부스터 매트리스의 3번째 타입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by 재원이

혐오하던 ‘탄탄함’을 다시 정의하다


사실 1년 6개월 전,

처음 랜딩과 에어본 개발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 제품'은 내 계획에 전혀 없었다.(파워 J성향인데..고객님들이 원하면 만든다라는 마음으로 바뀌었어요)


내게 '탄탄한 매트리스'는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니었으니까...


개인적으로 탄탄한 매트리스라고 하면 쿠X이나 오XXX 같은

대형 플랫폼에서 파는 가장 저렴한 매트리스가 먼저 떠올랐다.


한참 불면증에 시달리던 시절, 원룸에 옵션으로 들어가 있던

정체 모를 삐걱거리는 매트리스 위에서 고통받던 기억.


(풀옵션 방의 집주인이 굳이 비싼 매트리스를 갖다 놓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저 구색 맞추기용 저가형이었을 뿐.)



그래서일까. 내 몸은 본능적으로 딱딱하고 탄탄한 느낌에 거부감을 느꼈다.


허리가 안 좋으면
탄탄한 게 좋다고?



우리 부모님만 해도 그랬다.

적외선이 나온다는 정체 모를 광물이 박힌 돌침대를 20년 넘게 쓰셨다.


지켜보는 마음은 편치 않았다.


두 분 다 어느 순간부터 거동이 부자연스러워졌고, 허리 통증 때문에 마사지기를 달고 사셨다.


결국 우리 매트리스로 바꿔 드리고 나서야 부모님은 마사지기를 치우셨다.


참고로 어머니는 연세가 드시면서 협착증에 디스크까지 심한 상태였는데, 지금은 아주 멀쩡히 잘 걸어 다니신다.


나 역시 지금도 딱딱한 바닥이나 탄탄함을 내세우는 숙소에서 자고 나면, 다음 날 하루 종일 허리를 부여잡고 다닌다.


나에게 매트리스의 '탄탄함'은 곧 '불편함'과 동의어였다.



내가 쓰기 힘든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 팔 수 있을까?


도무지 내키지 않았다.



'토퍼' 개발 과정에서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는 탄탄함을 찾다


'탄탄한' 제품을 개발해달라 고객들에게 계속 요청이 들어와도 내키지 않았다.


마음 속에서부터 거부감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가 '탄탄함' 이 나쁘지 않을수도 있다고 생각한건

양면형 토퍼를 개발하던 과정에서였다.


당시 양면형 토퍼를 만들며 부드러운 면의 느낌은 확실히 잡았지만, 탄탄한 면의 느낌을 구현하는 게 정말 난제였다.


내가 원한 건 단순히 딱딱한 게 아니었다.


'부드러움과 공존하는 탄탄함'.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그 미묘한 한 끗. 그 차이를 찾고 싶었다.


메인은 탄탄하되, 누웠을 때 몸이 배기지 않고 오래 누워 있어도 편안한 느낌.


이걸 찾으려고 정말 무식하게 매달렸다.


공장 담당자님을 괴롭히며 끊임없이 폼을 수급하고,

테스트하고, 또 테스트했다.



이때 갑자기 다리를 다쳤는데...다리를 다친 상태에서도 테스트는 계속 이어졌다



R&D 비용은 속절없이 불어났지만,

결국 우리는 그 느낌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원하는 느낌을 찾고, 최종 토퍼 샘플 만들었던 날



예민함이라는 단점이자 강점


토퍼 개발 때의 그 지독했던 경험 덕분에, 이번 탄탄 매트리스 개발은 오히려 수월했다.


추상적인 감각을 물리적인 수치(폼의 경도와 소재)로 치환해 본 경험이 있으니, 선택이 명확해진 것이다.


단 한 번의 품평회로 우리가 원하는 '탄탄함'의 정의를 끝냈다.

현재는 최종 샘플 제작 후 마지막 품평회를 앞두고 있다.


(토퍼는 일사천리로 만들 수 있을것 같았는데 늦어졌고,뉴 타입은 내키지 않았는데, 그놈의 탄탄함 덕분에 빠르게 개발하게 된 아이러니...)


만약 이번 샘플에서 우리가 의도한 느낌이 100% 구현되었다면, 조만간 고객들에게 슬립부스터가 정의하는

탄탄한 매트리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가끔은 부모님께 원망 섞인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하고 약하게 태어난 걸까?

뭔가 강해보이는거 같기도...


하지만 슬립부스터를 운영하며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예민함은 나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라고.


내 삶을 지독히 괴롭혔던 예민함이

우리가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만큼이나 예민함의 끝을 달리는 공동창업자 형준님과 나,

이 두 사람이 동시에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정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이다.

(슬립부스터의 제 1의 핵심가치. 부끄럽지 않은 제품)


이번에 만들 새로운 타입의 매트리스도 마찬가지다.


제발,

우리가 머릿속에 그렸던 그 완벽한 탄탄함이

최종 샘플에 그대로 담겨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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