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백수철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백 Feb 13. 2024

수학의 신 가우스 본질을 꿰뚫어 보다

 방정식의 신, 가우스의 어린 시절 일이다.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오래 걸리는 셈을 시킨 후 다른 일을 볼 요량으로 1부터 100까지 더한 값을 내라고 시켰다. 그런데 가우스가 금세 답을 풀어왔다.

 “1과 100을, 2와 99를, 3과 98을 더한 값이 같으니, 같은 값을 50번 곱하면 정답은 5050.”

 또래 친구들이 산수를 하고 있을 때 가우스만 수학을 한 것이다. 혼자 시키는 대로 답을 구하는 대신 수의 본질을 본 가우스. 그는 어린 나이에도 세상을 골똘히 관찰하고 있었다. 


 수학을 사랑한다. 수학 천재들처럼 수학을 곧잘 하지도 못하고, 암산도 젬병이라 계산기가 없으면 계산도 잘하지 못하지만 수학은 어떤 일을 할 때 그 본질을 찾도록 도와준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질을 찾는 노력을 하다 보면 당장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도 실마리를 찾아가게 된다. 보통의 경우에 본질을 찾기보다 빠른 답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건 이래서 안돼’, 하고 이유를 찾고 단정을 짓게 된다. 안된다고 하는 일은 이제껏 통계적으로 안 됐던 것이 대부분이다. 개인의 경험이든 인류의 통계든 그 통계적이라는 것은 사람들을 일반화라는 오류에 빠뜨리기 십상이다. 모든 사물의 본질을 일반화시켜버리곤 답이 아니라서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게 일을 일반화시키면 일반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학도 잘하고 산수도 잘하지만 세계적인 수학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나도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라서 수학공식도, 영어문법도, 심지어 디자인 템플릿도 암기를 하며 컸다. 그래서인지 독창적이고 창의적이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공부하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땐 시간을 길게 두고 천천히 보며 그 원리부터 공부한다. 결코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어 보려 단타 전으로 가지 않는다. 어른이 된 나의 머리가 굳어갈 때 가우스의 어린 시절 일화를 떠올린다. ‘가우스라면 어떻게 풀었을까’ 천재 수학자가 했을 사고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15년 간 격투기용품을 제작해 왔다. 내가 격투기 선수 출신이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많은 제품을 테스트해 본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격투기 용품은 자신이 있었다. 제품을 출시한 후로 무난하게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고 다양한 체육관에 납품을 하며 그럭저럭 유지를 할 수 있었다. 그간 못 팔고 남은 재고는 거의 0에 가깝다. 그런데 사업 10년 차가 넘어가자 변화가 없으면 더 이상 회사를 키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턴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던 꿈이던 축구공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내가 축구공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회사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무슨 수로 만들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홀로 축구공을 공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축구교실에서 2년간 과외를 받고, 지금까지도 축구인들과 어울리며 내가 만든 축구공을 함께 테스트하고 평가받는다. 이 과정이 없었다면 제대로 된 축구공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정식 출시를 한 후 두 번 만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KFA(Korea Football Accociation) 테스트에 통과했다. 수십 번 테스트를 받아도 떨어지는 곳도 있다는데, 에둘러 온 것처럼 보이는 내가, 어쩌면 시간을 절약한 것일 수도 있다.

 십여 년 전째 사냥용품도 꾸준히 만들고 있다. 수요가 적으나 마니아층이 분명한 블루오션이라 보았고 무엇보다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다. 그때도 컴파운드 보우를 3~4년을 갖고 놀며 철마다 사냥터에 쫓아다녔다. 사냥꾼 형님들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 액세서리, 소품들까지 모조리 파악한 후 시작을 했다. 역시 회사에서는 내가 사심 그득한 마음으로 사냥을 하고 싶어서, 혹은 축구를 하고 싶어서 쫓아다닌다고 생각했지만, (아예 틀린 말은 아니나) 나름의 나의 연구기간이었던 셈이다. 대표가 골프 치러 가는 대신 제품 연구 겸하는 여가가 나쁠 게 뭐가 있겠는가.


 사실 제품 하나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다. 유행하는 제품을 알리바바에서 서칭을 한 후 공장 몇 군데 알아보고 가격 맞춰서 디자인 고르고 ‘만들어 주세요’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래서 쉽게 생겼다가 이름 없이 사라진 브랜드들이 얼마나 많던가.

 창업을 시작하며 시류에 맞는 프랜차이즈 한 곳 선점해서 몇 개월 급하게 배워서 하는 창업자들이 있다. 치킨집을 차리면서 배달 알바부터 하나씩 경험해 보는 사람은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다양한 곳에서 배울 점은 배우고, 때론 반면교사 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야 하는데 그럴만한 시간과 인내심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 운이 나쁘면 값비싼 수업료를 창업비용으로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돌아가는지 원리는 보지 않고 돈 자체만 본 것이고 돈의 가치만 본 것이다. 어릴 적에 공식을 외워서 암산을 하던 아이들이 자라서는 메뉴 레시피만 외워서 창업을 하는 것이다. 창업이란 말 그대로 업을 창조하는 것인데, 손쉽고 간단한 창업이라는 말에 현혹되어서 말이다.


 피타고라스가 말했다. All is number. 우리가 수학자는 아니지만 모든 일은 늘 숫자를 보며 하기 마련이다. 숫자라는 걸 빼고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수를 본다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것이고 이 세상의 근본을 보고 모든 내 일의 시작의 기초를 본다는 것이다. 모든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본질부터 들여다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