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보낼 방법으로 엄마가 생각해낸 것 중에 도서관, 등산 말고도 봄철에만 한정적으로 가능한 활동이 있었는데 바로 "쑥 캐기" 였다. 작은 과도와 소쿠리 혹은 봉지를 챙겨서 동네 뒷동산이나 산에 올라가서 같이 쑥을 캐러 다녔고 그 날은 집에와서 쑥이 들어간 된장국이나 쑥떡을 먹는 날이었다.
나는 쑥을 캐는 행위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오빠와의 쑥 양 경쟁이 더 재밌었던 것 같다. 한 소쿠리 가득 쑥을 담아서 엄마한테 가면 엄마가 칭찬을 해줬고 서로 경쟁적으로 많이 캐려고 했던 것 같다. 쑥을 캐다가 그늘막을 찾아서 잔디밭에 잠시 누워 쉬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추억을 만들어 갔던 것 같다.
[빵떡]
어린시절 우리집에는 딱히 과자같은 간식거리가 구비되어 있지 않았는데, 파는 것 말고 엄마가 만들어주는 간식이 하나 있었다. 우리끼리는 '빵떡'이라고 부르는데 밀가루 반죽을 해서 적당히 간을 하고 베이킹소다를 넣어서 반죽을 숙성시킨 다음에 쪄 주면 빵도 떡도 아닌 어중간한 느낌의 간식거리가 완성이 된다.
가끔씩 길거리에서 파는 옥수수빵이랑 제일 비슷하긴한데, 비슷한듯 다른듯한 맛과 식감이다. 짬이 될때는 건포도를 같이 넣어서 만들거나 완두콩을 넣어서 만들기도 했는데, 건포도를 넣었을 때는 오빠랑 나랑 건포도만 쏙쏙 집어먹어서 혼나기도 했었다.
이런 일들을 쭉 회상하며 느끼는 것은 오빠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것이다. 빵떡같이 우리가족끼리만 아는 어린시절 추억이 있는데 언제든 그걸 공유하고 떠오르면 "야, 그때 이랬던거 기억나냐?"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게 정말 좋은 것 같다. 아무리 친했던 어린시절 친구라도 이런것까지는 공유하기가 어려운데, 형재 자매가 있으면 이런점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