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랑은 어릴때부터 사이가 좋았어서 나름대로 소소한 추억을 여러개 가지고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우리끼리 하는 '캠핑놀이' 라는 것이다. 비 오는날 커다란 우산을 집앞에 세워 놓으면 우산 밑에는 비가 안들어오니까 땅 색깔이 비에 젖은 쪽이랑 달랐다. 그래서 우리집 화장실에 있던 목욕탕에 있는 그 앉는 의자를 가지고 나와서 오빠랑 나랑 그 우산 밑에 들어가 앉아서 같이 건빵 한 봉지를 먹는게 우리 나름의 캠핑놀이었다.
캠핑놀이가 아니라 진짜로 가족끼리 캠핑을 간적도 있는데, 아빠가 이것저것 일 벌리는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한때 갑자기 캠핑에 꽃혀서 버너며 코펠이며 텐트며 이것저것 구매하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우리를 데리고 근처 절 밑에 있는 계곡으로 캠핑을 간 적도 있다. 이런 것도 부모님이나 오빠랑만 나눌 수 있는 추억이기 때문에 오빠의 존재가 소중하다.
또 오빠랑 했던 놀이중에 하나는 '시장놀이'가 있었다. 방안에 시장을 세팅하기 위해서, 표지는 두껍고 책 두께는 얇은 동화책들을 ㅅ 모양으로 세워서 테두리를 친 다음에 한쪽에서는 내가 장사를 하고 한쪽에서는 오빠가 장사를 하는 시장놀이었다.
가짜돈은 스케치북에 그려서 만들고 각각 자기 물건에 가격표를 붙여서 내놓으면 서로 번갈아가면서 상점에 들러주는 식이었다. 가끔 타이밍이 안맞아서 내가 오빠 상점에 놀러간 다음에 이제 오빠가 내 상점에 올 차례인데 엄마가 저녁 먹자고 불러버리면 내가 상인역할 할 기회를 뺐긴 거 같아서 괜히 오빠에게 삐지기도 했었다.
오빠랑 나랑 둘이서 개발한 보드게임도 있었는데, 종이에 직접 그려가면서 하는 게임이었다. 처음에는 둘다 기본캐릭터로 시작을 해서 한턴에 하나씩 자기가 원하는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칼을 장착하면 공격력이 세지고, 방패를 장착하면 방어력이 세지고, 발을 장착하면 한번에 이동할 수 있는 칸 수를 늘려주고, 뿔을 장착하면 공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가 늘어나는 식이었다.
스케치북에 볼펜으로 게임판이랑 HP, MP를 적는 칸 등을 만들어놓고 매번 새로 게임을 할때마다 그위에 연필로 그리고 지우는걸 반복하면서 놀았다. 나중에는 하도 지우개질을 많이 해서 스케치북이 찢어졌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그즈음 되니 우리도 그 게임에 질려서 자연스럽게 그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축복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게 우리가족은 돈은 없었어도 서로 사이는 좋다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도 부모님과 오빠는 나의 정서적 기반으로 자리잡아 있고, 오빠랑은 서로 연애상담을 해줄 정도로 아주 편한 사이이다. 덕분에 남자애들이랑 친해지는데도 아무 어려움이 없달까?
오빠랑 내가 얼마나 친한지 잠시 자랑아닌 자랑을 하자면, 오빠랑 나는 둘이서 밥 먹는건 기본이고, 술도 먹고, 노래방도 가고, 쇼핑도 가고, 보드게임 카페도 간다. 사실상 스킨십을 제외한 연인과 하는 모든 것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오빠랑 나는 같은 집안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치관이나 사고 방식이 비슷하다. 그래서 서로 말을하면 잘 통한다. 인생의 방향성이나 지향점, 추구해야할 방향에 대해서 같이 얘기를 해도 다른 친구들보다 얘기가 잘 통한다.
게다가 친구들은 가정환경이 비슷할 순 있어도,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는데, 오빠는 나랑 가정환경이 완전히 똑같은 둘 도 없는 친구같은 존재이다. 같이 체육관에 다니던 시절 남자애들이 나를 놀릴 때 내 편을 안들어주고 자기도 같이 놀리는 바람에, 그 뒤로 내가 오빠라고 안부르고 "야"라고 하긴 하지만, 그래도 엄청 착한 오빠다. 오랜만에 오빠 칭찬을 많이 했더니 오글거려서 그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