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즐란 Jan 27. 2024

멧돼지 널 어떡하나   

산골마을에 멧돼지 포획시기라는 공고가 떴다.

되도록이면 산의 출입을 금하고 개들은 묶어  놓아야 한다고 여러 번 방송이 나온다.

멧돼지를 사냥하는 사냥개들을 보고 흥분하여 집에서 기르는 개들이 뛰쳐나가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기 때문이다.

 그럴 땐 사냥개들의 수가 우세하기도 하거니와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사냥개의 습성으로  집개들이 백발백중 물려 죽는다.


이곳에 온 첫해 제사를 지내러 가기 위해 밤길을 내려가다 서행하는 차 헤드라이트 앞으로 검은 물체가 들어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멧돼지 가족이 도로를 건너가고 있었는데 어미 뒤로 세 마리의 새끼들이 아주 여유 있게 우리 차 앞을 지나간다.

 마지막 새끼가 다 건너가자 어미는 우리 차를 한번 째려보더니 유유히 숲으로 사라졌다.

너 우리 건들면 알지 뭐 이런 표정!

남편과 나는 순간 멍하다가 얼어붙었다가 "쟤들 도대체 뭐야!" 하며 심장 떨어질 뻔한 일이 있었다.


겨울이 되면 잎이 다 떨어진 휑한  산속에 나타나는 멧돼지가 가끔씩 눈에 보일 때도 있다.

평소와 다른 개 짖는 소리에 뛰쳐나가 보니 환한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멧돼지 가족이 앞으로 나란히 줄 서서는 산속을 어슬렁어슬렁 지나간다.

아무리 개가 짖어대도 그들의 덩치와 많은 숫자로 이미 이긴 대세임을 짐작하고 급할 것이 없는 표정이다.

대신 우리 집 개들은 꼴까닥 숨 넘어가기 일보직전이다.  


컥컥컥 가슴 한번 쓸어내리고 그래도 소풍 가는듯한 멋돼지 가족의 모습에 그냥 웃고  말지만  원래는 그들의 터전이었던 곳에 사람들이 밀어닥쳐 그들의 은신처를 뺏긴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먹을 것이 없어 도시로 내려오고 농작물을

급습하여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 지금, 한쪽이 살기 위해서 또 한쪽을 죽여야 되나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싶다.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부끄럽지만 나도 그들에겐 침략자나  가지인지라 돼지야 널 어떡하나!



*대문 사진 출처-네이버

매거진의 이전글 앗! 추워 추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