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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즐란
Jan 27. 2024
멧돼지 널 어떡하나
산골마을에 멧돼지 포획시기라는 공고가 떴다
.
되도록이면 산의 출입을 금하고 개들은 묶어 놓아야 한다고
여러 번 방송이 나온다
.
멧돼지를 사냥하는 사냥개들을 보고 흥분하여 집에서 기르는 개들이 뛰쳐나가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
기 때문이다.
그럴 땐
사냥개들의 수가 우세하기도 하거니와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사냥개의 습성으로
집개들이 백발백중
물려 죽는다
.
이곳에 온 첫해 제사를 지내러 가기 위해 밤길을 내려가다 서행하는 차 헤드라이트 앞으로
검은 물체가 들어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
자세히 보니 멧돼지 가족이 도로를 건너가고 있었는데 어미
뒤로 세 마리의 새끼들이 아주 여유 있게 우리 차 앞을 지나간다
.
마지막 새끼가 다 건너가자 어미는 우리 차를 한번 째려보더니 유유히 숲으로 사라졌다
.
너 우리 건들면 알지 뭐
이런 표정!
남편과 나는 순간 멍하다가 얼어붙었다가 "쟤들 도대체 뭐야!" 하며 심장 떨어질
뻔한 일이 있었다
.
겨울이 되
면 잎이 다 떨어진 휑한 산속에 나타나는 멧돼지가 가끔씩 눈에 보일 때도 있다
.
평소와 다른
개 짖는 소리에 뛰쳐나가 보니
환한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멧돼지 가족이 앞으로 나란히 줄 서서는 산속을 어슬렁어슬렁 지나간다
.
아무리 개가 짖어대도 그들의 덩치와 많은 숫자로 이미 이긴 대세임을 짐작하고
급할 것이 없는 표정이다
.
대신
우리 집 개들은 꼴까닥 숨 넘어가기 일보직전이다
.
컥컥컥 가슴 한번 쓸어내리고 그래도 소풍 가는듯한 멋돼지 가족의 모습에 그냥 웃고 말지만 원래는 그들의 터전이었던 곳에 사람들이 밀어닥쳐 그들의 은신처를 뺏긴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
먹을 것이 없어 도시로 내려오고 농작물을
급습하여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
린
지금
,
한쪽이 살기 위해서 또 한쪽을 죽여야 되나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싶다
.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
부끄럽
지만
나도 그들에겐 침략자나
마
찬
가지인지라
멧
돼지야 널 어떡하나
!
*
대문 사진 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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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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