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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산촌생활
앗! 추워 추워
by
즐란
Dec 20. 2023
실내온도 17도
누군가는 어머나 추워서 어떻게 살아! 할 것이다.
이곳에 이사 온 해 첫 겨울은 아파트에 살다가 산골 주택에 적응하느라 힘들어서 하루종일 춥다 소리를 달고 살았다.
단열에 제일 신경을 많이 써서 집을 짓느라고 지었지만 단독주택은 외부가 사방으로 뻥뻥 다 노출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난로 하나로 집 하나 난방은 빵빵하게 메꾸어졌지만 꾸준하고 일정하지가 않다 보니 아침에 일어날 때면 아! 추워,
난로가 꺼지고 나면 따뜻한 이불속으로 쏙 기어들어가 아! 추워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때는 그래도 실내온도 22도는 유지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자고 일어나면 17도다.
하지만 별로 추운 줄은 모르겠다.
열 한번째 맞이하는 산골주택에서의 겨울살이에 몸이 집에도, 이 온도에도 스스로 적응한 것 같다.
뜨뜻한 온돌 침대에서 손만 쏙 내밀어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있으면 손이 살살 시리기 시작한다.
아! 일어나기 싫다.
등허리는 침대바닥에 붙어 뭉그적 거리다가 남편이 난로를 피우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이불 밖으로 나온다.
금방 22~23도까지 올라가며 거기에 햇빛까지 더해져서 어떨때는 갱년기와 맞물려 덥고 갑갑해지기도 한다.
겨울엔 늘 온도계로 추위를 가늠하고 있다.
추운 줄도 모르다가 오며 가며 지나갈 때마다 난방기 온도계를 슬쩍 쳐다보곤 낮은 온도를 보는 순간 아! 추워가 저절로 나오니 숫자에 속아서 사는 기분이기도 하다.
해 질 녘 난롯불을 피우고 고구마 다섯 개씩 넣어서 구워 먹는 재미는 불멍과 함께 플러스 1처럼 따라와서 추위쯤이야 뭐 이까짓 쯤으로 치부하고 달래주니 적응하며 산다는 것은 어느새 하루 밥 세끼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오늘도
아! 추워라
난로 좀 피웁시다
응 17도네 피워야겠다
17도는 우리집 최후의 마지노선이다.
내가 난로 불 피우자 소리 안 하면 남편은 안 춥다를 강조하며 파카에 내복에 양말에 발토시에 중무장을 하고 추워? 하고 되묻는다.
우~쒸 그럼 춥지 안 춥냐!
그래도 컵라면 하나는 무지하게 맛있어진다.
후~후~후루룩~ 앗! 뜨거 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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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엄마와 그림 그리는 딸이 함께 합니다. 산에 사는 즐란 여사의 62년째 하루들! 매주 토요일 글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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