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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 먹는 재미, 곶감!

by 즐란

곶감 만드는 11월이다.

곶감용 감을 따는 적절한 시기는 경험상 11월 첫째 주부터 둘째 주까지가 적기인 것 같다.

조금 이르면 따뜻한 날씨에 곰팡이가 슬어버리고 조금 늦으면 감이 물컹거려서 깎을 수가 없다.


해마다 산딸기를 따왔던 지인의 농장에서 대봉감을 왕창 따오기 위해 남편과 아침 일찍 서둘러 도착해선 낮은 곳은 손으로 내가 따고 높은 곳은 사다리를 타고 남편이 딴다.

감나무 밭이 온통 빨간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붉은 수채화숲이 되어있다.

나지막하게 가지치기를 잘해 키워놓은 덕분에 금방 원하는 만큼 손쉽게 따서 차 트렁크를 꽉 채울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 빨간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요즘은 동네사람들에게 공짜로 따가라고 해도 아무도 안 따간다고 하니 사 먹는 게 더 쉽고 익숙해져 힘들다 싶으면 눈길도 안 준다고 한다.

힘들어? 뭐가 힘들까

대봉감이 지천에 널렸는데 잠깐 와서 한 봉투만 따가서 홍시를 만들어 먹어도 참 맛난 맛일 텐데...

돈만 들고나가면 뭐든지 사 먹을 수 있고 버튼 하나 누르면 집 앞까지 배달되는 세상에 살다 보니 이까짓 것도 힘든 일로 치부되어 버린다.

우리에게는 참으로 재미나는 일이고 겨우내 한 개씩 따먹는 곶감 맛은 시골살이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인데...


늦가을 햇살이 따뜻한 평상 위에 감 바구니를 펼쳐놓고 내가 하나씩 깎아놓으면 남편이 줄에 꿰서 달아놓는다.

대봉감이라 그런지 하나하나 껍질을 벗겨 놓고 보니 녀석들이 너무 이쁘다.

몇 년 하다 보니 이젠 손발이 척척 맞다.

그래 이렇게 맞는 구석도 있어야지.

부닥치는 대로 나름 대처해 가며 사는 요령도 생긴 나는 빨간 감껍데기가 하나씩 벗겨나가 평상 밑에 소로록 소로록 쌓아질 때마다 인고의 세월을 차곡차곡 같이 포갠다.

자연이 주는 색깔은 어쩜 이리도 이쁜지~

어느새 산더미같이 쌓인 껍질에선 빨간 단내가 솔솔 풍겨 나온다. 퇴비장으로 옮겨 잘 썩히면 내년에 또 우리 밭의 좋은 거름이 될 것이다.


처마밑에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감을 딸 때는 몰랐는데 달아놓고 보니 거의 600개가 넘는다.

허걱!

보기에는 적어 보이는데 숫자는 숫자일 뿐~

이젠 햇빛과 바람에게 모든 걸 맡길 시간이다.

시골집 운치의 절정을 이루는 정경,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이런 순간을 카메라에 안 담아 놓을 수가 없다.

작년에도 그전 해에도 찍었지만 또 새로워 열심히 찍게 된다. 노심초사 두 달 정도 말리고 나면 말캉하고 맛있는 곶감이 주렁주렁하게 된다.

주변에도 나눠주고 제사상에도 올리면 아주 뿌듯하다.

사람도 새들도 개들도 환장하는 곶감이 잘 말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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