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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을 보면 떠오르는 장인어른의 기일

by 즐란



앞마당에 핀 하얀 백합을 보고

남편이 장인어른 기일이 다되었네 한다

해마다 아버지 기일이면

백합을 꺾어서 제사에 참여했었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네

하얀 백합을 꽃병에 한 무더기 꽂아놓고

아버지께 절했다

이제 모두가 백합을 보면

내가 가져오던 아버지 기일의

그 백합을 떠올린다

나는 어느새

백합을 가져오던 동생으로

기억되고 있고

은행나무집

살구나무집

동네에 하나씩 붙어있는

돌담에 꽃이 예쁜 집처럼

장인어른의 기일을 생각나게 하는

앞마당의 고고한 백합이

아버지의 얼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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