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 수확철이다.
주렁주렁 달린 키위를 보고 남들은 와! 할지도 모르지만 정작 우리 집에선 키위를 볼 때마다 끙~ 앓는다.
키위는 암수가 같이 있어야 열매가 맺힌다.
13년 전 골드키위 모종을 암그루 2개 숫그루 2개
총 4그루를 인터넷 묘목회사에서 주문했다.
그다음 해 암그루 하나와 숫그루 하나는 죽어버리고 암 수 두 그루만 사이좋게 살아남아 지금까지 잘 키워 오고 있다.
심은지 5년 후 첫 열매가 맺혔고 가을에 수확을 했더니 엥! 노란 골드 키위여야 하는데 웬걸 속이 시퍼런 일반 청키 위였다.
이게 뭐야! 골드키위가 아니잖아!
이미 구입한 지 5년이 지난 후였고 인터넷으로 구매한 것이다 보니 그 사이트를 찾아 배상을 하라 마라 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정성 들여 키워온 5년의 시간들도 아까웠고
일반키위와 골드키위의 묘목 가격은 거의 다섯 배 정도 차이가 났으니 이걸 단순히 그들의 실수라고 보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다분히 있었다.
이런 망할 상도덕에 어긋나는 경우가 있나.
그냥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걸 어째,
저만큼 큰 나무를 자를 수도 없고 이미 덩굴이 뻗어 수돗가 위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에 만족하자 했지만 수확철만 되면 속이 쓰려 올 수밖에 없다.
시퍼런 키위는 너무 시어서 왼쪽 오른쪽 눈윙크가 저절로 생기며 오만 인상으로 혓바닥이 세 할 정도다.
남편은 절대 못 먹겠단다.
작고 못생긴 건 키위청이나 쨈으로 만들어두고 큰 것들은 너무 단단해서 1개월 정도 후숙 기간을 거쳐야 겨우 먹을 수 있는 정도가 된다.
겨울만 되면 나 혼자 열심히 키위를 먹어댄다.
'비타민c 가 많다니 기미가 좀 옅어지려나'
'피부가 좋아지려나'
하루에 한 번 화장실은 꼭 가게 만드니 음~ 변비예방에는 탁월한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네가 골드키위였으면 하는 바람은 놓을 수가 없다.
에잉! 묘목회사 사장님 오늘 귀가 좀 간질 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