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룬드대학교의 원격 수업(Distance Course)을 소개합니다
룬드대학교의 Media and Communication Studies 석사 과정의 첫 코스(Course)인 Media Audiences 과목이 시작되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현장 강의를 진행하는 프로그램들도 생각보다 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수강하고 있는 코스는 모두 원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스웨덴 룬드대학교에서의 원격 수업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나눠보고자 한다.
해당 코스의 공식 일정은 8월 31일부터 10월 30일까지다. 하지만 마지막 강의는 10월 7일에 끝나고, 약 3주 후인 10월 30일이 에세이 제출 마감일이다. 따라서 수업이나 세미나가 없는 약 3주 동안은 방학이 아니라, 오롯이 에세이 작성에 몰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수업을 주도하는 것은 담당 교수님(Professor)과 현재 박사 과정에 있는 두 명의 티쳐(Teacher)다.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수업 요소는 모두 줌(Zoom) 플랫폼을 통하여 진행된다. 해당 코스에는 약 5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있으며, 이는 룬드대학교 모든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라고 한다. 현재 스웨덴은 50명 이상의 사람들이 한 공간 안에 모일 수 없기 때문에, 따라서 이 조치가 해제되기 전까지 이 강의는 원격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1) 강의(Lecture)
총 한 시간이 소요되며, 25-30분 정도의 강의가 중간에 짧은 쉬는 시간을 두고 두 번 진행된다. 수업 시간에 맞추어 교수님이 미리 녹음해둔 음성 파일이 재생되고, 파워포인트 화면은 교수님의 설명에 맞추어 티쳐가 실시간으로 넘겨준다. 일주일에 두 번, 오전 시간에 진행된다.
2) 세미나(Seminar)
강의가 진행된 당일 오후에 진행된다. 토론식 수업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강의에서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이나 의문점 등을 이야기하고, 미리 정해진 아젠다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서로 나눈다. 사실 강의보단 세미나가 원격이란 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5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원격 회의실에서 다함께 토론을 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기 때문에, 한 시간씩 시간대 별로 그룹을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굉장히 웃픈 것은, Zoom에서 한 사람의 발언에 대해 각자 소리내어 반응을 하면 소리가 겹쳐 굉장히 귀가 아플 정도의 소음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대신에 Zoom에 기능 중 하나인, '반응'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수, 하트, 놀람 등의 6가지 이모티콘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게 본인 스크린에 잠깐 떴다가 사라지는 것인데, 학생들은 또 이걸 굉장히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3) 멘토미팅(Mentor Meeting)
룬드대학교의 많은 프로그램들이 멘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해하기 쉬우려면, 멘토를 '선배'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실제로 2학년 선배들이기 때문에), 사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선배와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 멘토는 강의 진행을 서포트하는 서포터로서의 역할이 크다. 그래서 1학년이 마칠 때 즈음, 우수한 성적과 리더십 등을 보여준 학생들을 위주로 선발한다고 한다. (은근히 다들 멘토가 되고 싶어 눈빛을 뻔쩍이고 있는 눈치다.)
멘토미팅은 멘토들과 정규 수업 과정에서 미처 하지 못한 질문, 다루지 못한 아젠다에 대해서 서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사실 멘토 미팅은 성적에 반영되지도 않으며, 필수 참여가 아니다. 하지만 코스를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이 거의 그대로 멘토 미팅에도 참여하고 있다. 내가 따로 질문이나 이야기거리가 없더라도, 일단 참여하고 나면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로부터 학문적 자극을 받을 때도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유익한 기회다. 한 주에 한 번씩 진행되는데, 이 또한 모든 학생들이 한 개의 Zoom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기 때문에, 같은 날 두 번에 나누어 진행된다.
4) Q&A 세션
유일하게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시간이다. 교수님, 티쳐들, 그리고 학생들이 강의실에 모여 말 그대로 질문과 답변 시간을 약 한 시간동안 갖는다. 이 역시 모든 인원이 한 강의실에 모일 수 없기 때문에 현재는 한 번에 학생 18명까지로 인원 제한을 두고 있다. 전체 일정 중 총 4번의 Q&A 세션이 마련되어 있다.
사실 나에게 요구되는 것은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강의나 비슷하다. 수업 하나를 듣기 위해선, 방대한 양의 읽기 자료들을 읽어가야 하는 것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고, 매 수업과 세미나에 열과 성을 다해 참여해야 한다. 캠퍼스에 왔다갔다 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절약된다는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왠지 그 시간에 책을 한 자라도 더 보고 있는 느낌이라... 하지만 내가 조금 더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짧은 시간동안 원격 수업을 대하는 나름의 방식을 만들어냈다. (혹시 참고하실 분들은, 특정 코스를 수강 중인 경험에 기반한 것이므로 지극히 주관적임에 유념해 주시길 바란다. 이는 나라 별로, 대학 별로, 프로그램 별로, 코스 별로, 개인 별로 다 다를 수 있다. 정말이다.)
1) 모든 것은 선착순이다. 서둘러라!
온라인이라 모든 것이 자유로울 것 같았지만, 온라인 참여 역시 현실적인 측면에서 인원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First Come, First Served(선착순)이 은근히 많다. 따라서 모든 신청은 신속, 정확해야 한다.
최근에 첫 번째 팀워크 과제로, 읽기자료에 대한 조별 발표 과제가 주어졌다. 그룹 별로 한 가지 읽기자료에 대해 발표를 하는 방식인데, 지정받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그 그룹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직접 구글 공유 시트에 입력하는 방식이었는데, 시트 링크가 공유되자마자 순식간에 각 그룹의 인원이 마감되었다. 물론 나는 한국에서 열심히 길러온, 광클 스킬을 사용하여 원하던 그룹에 들어가는 성공했다.
2) 원격 세미나는 일종의 낄끼빠빠(?)
세미나에 낄끼빠빠(일명,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의 개념을 들이밀어야 한다니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이게 최선이다. 유동적일 수 없는 한정된 시간과 대화에서의 주고받기가 오프라인만큼 원활하지 못한 Zoom 세미나에 한정되는 이야기다. 아젠다에 대해서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많아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다보면 오히려 세미나 진행 흐름을 끊을 수도 있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다른 학생들의 발언 기회를 빼앗는 일이 되버릴 가능성이 높다. 오프라인 세미나라면 서로 그 분위기를 읽어내기가 편한데, 온라인 세미나는 그게 어렵다. 그래서 일종의 낄끼빠빠의 센스가 요구된다.
이제 겨우 몇 번의 수업과 세미나를 경험해 본 새내기 석사생이라 아직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겠지만. 곧 오프라인으로도 충분히 수업이 가능해질 날을 기대하며, 이게 스웨덴 룬드대학교 원격 수업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길 바래본다. 부디.
커버 이미지 Cover Image (Photo: Magnus Liam Karlsson/imagebank.swed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