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From Earth

모든 시대를 걸어온 남자

by 거북이



처음에 영화를 추천 받을 때, 여러명에게 추천이 중복되는 영화가 분명 있을 것이다. 거북이의 경우, 맨프롬어스가 바로 그런 영화이다.



Man from Earth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현재까지 살아온 최초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다만, 그 이야기를 생생한 과정이 아닌, 인물의 대화를 통해서만 영화가 진행된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별다른 시각적인 효과없이 영화는 담담하게, 무겁게, 그러나 때로는 유쾌하게 진행됬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굉장히 주관적인 시점으로만 영화를 진행시킨 점이다. 최초의 인류라는 중압감은 영화 내내 존재하지만, 굳이 많은 이들을 배려하는 객관적인 부분을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최초의 인류가 아닌, 그저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가 영화를 지배한다.



주인공, 존은 만사천년을 살아왔다고 한다. 만사천년이 어떤 시간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만사천년은 올림픽을 3,500회나 치뤘고, 강산이 1,400번이나 변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 긴 세월을 살아온 존의 심적 상태가 그저 궁금할 뿐이다. 만약 여러분이었다면, 그리고 거북이였다면 어땟을지 궁금하기만하다. 거북이라면 아마 스스로 목숨을 끓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만 존재한다.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좋은 일을 수도 없이 보겠지만, 좋지 않은 일은 그보다 더 많은 겪었을 것이고, 나쁜일은 더더욱 많이 겪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스토리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 먼저, 종교적인 내용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존은 스스로가 예수임을 밝혔다. 동양의 부처에게 가르침을 받고, 그 가르침을 지니고, 서양으로가서 전파하는 과정에서 예수가 된 자신을 마지못해 밝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신학자의 반응이 인상깊었다. 영화내내 신학자는 존에게 신성모독이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자신은 믿지 못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이제껏 믿었던 대상이 바로 앞에서,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고 그것을 부정하는 모습이 저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맴돌았다. 약간 비약이지만, 자신이 믿는 종교 외 다른 종교를 부정하는 오늘날 종교인들의 모습 또한 겹쳐보였다.



또한 존이 약 10개의 학위를 딴 것에 대해서 친구 인류학자가 한 대사가 매우 인상깊었다. '지식은 시대를 벗어날 수 없다.'라는 말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지식이라해도,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지금의 거북이가 배우는 전공의 지식도 앞으로 35년 정도 뒤에는 어쩌면,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지식이 될 수 도 있을수도 있고, 100년 뒤면 지식의 개념 자체가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의 담담함도 스토리를 이끌었다. 존을 좋아하는 심리학자가 존과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그 때마다 존은 명확한 대답을 피하고, 애매모호한 대답만 한다. 그리고 그 대답에는 한결같이 회의감이 존재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의 대가만이, 즉 후회와, 아쉬움 그리고 미안함만이 존에게 남아있는 것 같았다.



영 화에서 또 마음에 들었던 점은 연출이었다. 영화는 존의 떠나기 직전의 집을 배경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단 한 장면도 그 집을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어떤 회상 장면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점이 영화를 좀 더 인류라는 큰 단위가 아닌, 그저 존이라는 하나의 개체의 이야기로 이끌었다고 확신한다.



존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밝힌 다음 친구들이 자신을 '최초의 인류'로 본다는 점이 싫었던 것이다. 그저 자신을 '존'이라는 이제 껏 알던 친구로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존재했다. 만약 누군가가 거북이에게 큰 비밀을 말한다면, 과연 그 비밀을 걷어낸 채로 친구를 바라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람을 바라볼 때 편견 혹은 비밀을 걷어낸 채로 사람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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