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불복 - 나만 아니면 돼.
조금 (많이) 늦게 영화 [터널]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에서는 안전불감증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었습니다. 터널이 붕괴되고, 그 터널에 갇힌 사람이 살아남는 이야기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세월호 사건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2014년 4워에 일어난 대한민국 최대의 비극 중 하나인 그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머릿 속을 맴돈 이유는 다름이 아닌 정부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사건이 터지기 전에 조금만 더 확실한 안전검사가 있더라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또한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미적지근한 정부의 대처도 그저 짜증났습니다. 하는 짓이라고는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기 식의 행동들 뿐인게 답답했습니다. 갇혀있는 사람의 가족과 사진을 찍는데 전념하고, 구출 기간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도 않다가 구출된 다음에 '대한민국이 노력했습니다. '라는 문구를 들고 다시 사진이나 찍기위해서 자리에 나타나는 등. 그저 더러운 행동들 뿐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짜증을 유발하는 건 정부 관계 인사만이 아니었습니다. 기자들 또한 그저 짜증났습니다. 사건 현장에 허가도 없이 들어가고, 그저 특종, 특종, 특종을 위해서 그 사람의 안전 따위는 전혀 배려하지 못하고, 그 현장에서 목숨을 거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그저 한심했습니다. 언론이 항상 우리에게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생명과 정보 전달 중 뭐가 더 중요한지 굳이 저울로 안 재봐도 답이 나오는 걸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기자 분들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틀종, 언론의 자유 그리고 국민의 알권리를 입에 담기 전에, 사람 생명의 무게 부터 알았으면 했습니다.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 또한 휼륭했습니다. 하정우의 연기는 언제나 맛깔났습니다. 특히 개사료를 먹는 장면에서 실제로 먹었다고 하는데, 보다 좋은 장면을 위한 희생(?)에 존경스러웠습니다. 솔직히 저는 하정우 보다 배두나와 남지현의 연기가 더 인상깊었습니다. 특히 배두나는 첫등장과 비교해서 봤을 때 다크서클이 점점 내려오고, 바닥을 헤메는 듯한 사람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남지현은 갇힌 터널에서 어머니와 통화할 때 '다음 주 신입사원 연수 갈 수 있어'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뭐랄까... 현재 대한민국의 20대의 모습이 겹쳐보였습니다. 그런 상황에도 저런 생각을 해야만한다는 현실이 그저 안쓰러웠습니다.
저는 재난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화 [터널]은 초반 긴박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이라는 게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즐거움 만큼 짜증과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안전불감증에 걸린 대한민국을 염려케하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