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플랜트 엔지니어로 산다는 것
사우디아라비아 서남부에 위치한 플랜트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름 회사인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에서 새로 정유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 현장입니다.
규모가 워낙 커서 Mustang, Petrofac, JGC 등 세계적으로도 한 가닥(?) 한다는 EPC 업체들이 들어와 자웅을 겨루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플랜트 건설업체도 여럿 참여하여 그들과 함께 어깨를 겨루고 있는 곳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처음이지만 몇 년 전에 UAE(아랍에미리트)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기에 중동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온지 얼마 되지않아도 그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UAE가 일 년 내내 거의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뜨겁고 건조한 날씨였다면, 이곳은 홍해 근처여서인지 매우 습해서 아주 후텁지근합니다. 새벽 5시 반에 체조를 시작으로 현장 업무가 시작되는데, 현장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여지없이 온몸이 땀으로 젖습니다. 10월 중순인 요즘도 낮 기온은 37~38도에 체감온도는 42~43도를 넘고 있습니다. 사막 한 가운데도 지구촌 기후 변화를 피해가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고, 지난여름 우리나라의 더위가 가실 무렵에 이곳에 와서 다시 뜨거움 한복판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여름 나기 훈련을 하고 온 것이라 스스로 위로해봅니다.
모래폭풍(샌드 스톰, Sandstorm)
이곳은 모래바람도 많이 붑니다.
UAE는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그야말로 막강한 모래폭풍이 불지만 일 년에 서너 번 정도에 그칩니다. 하지만 이곳은 보통 2월~9월까지는 모래 폭풍이라고 할 정도로 심하게 불다가 9월 말경부터 잦아든다고 하는데, 올해는 10월 중순인 지금까지도 강한 모래바람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모래바람이 불면 불과 몇 미터 앞이 안 보일 정도인데, 이 정도 바람으로도 사무실에서도 입안이 텁텁함을 느낄 정도로 심한 것을 보면 모래 폭풍이 불면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 그리고 해외 현장
이곳에서 생활한 지 짧게는 몇 개월부터 심지어 5년이 넘은 분들도 있습니다.
5년…
오랜 현장 생활로 인해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그 가족의 아빠이며 남편인 분들이, 몇 년씩이나 가족과 떨어져 멀리 사막 한복판에서 생활한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힘들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쉬는 시간에 작업복 한쪽 주머니에 있는 가족의 사진을 꺼내 보며 잠시나마 웃는 얼굴에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사막 한가운데 혹은 망망대해 한복판이 일터일 수밖에 없는 플랜트 산업.
그 현장에서 살아야 하는 엔지니어로서의 길. 비록 그 길이 꽃길은 아닐지언정 한 장의 가족사진을 가슴에 품고 그저 묵묵히 현장으로 걸어가는 동료들의 뒷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봅니다.
언젠가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사랑이 시작된다.'
동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뭔가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지금까지의 현장 생활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이곳에 서 있는 저를 보게 됩니다.
‘삶’이 무엇인지...
새벽부터 시작하는 환경이나 모래 폭풍의 불편함보다 하루하루 다르게 완성되어가는 현장의 모습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보면 아직은 저에게 '엔지니어'의 마음이 살아있는 모양입니다.
플랜트 엔지니어 파이팅입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박성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