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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승무원 Nov 22. 2020

하루 조회수 12만 터진 날, 내가 글 쓰는 이유

조회수 12만의 의미

글하나 가 터져버렸다. 그것도 12만이라는 믿기지 않는 숫자와 함께.


12만이라니....감격의 순간!

어느 때 와 같이 글을 썼다. 이상하게도 그날은  방구석 어딘가에서 먼지 가득 퀴퀴한 냄새와 함께 11개월 동안 처박혀있던 나의 비행 가방이 문득 그리워진 날이었다. 가방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지난 바쁜 날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비상탈출 구령지와 , 여권, 사원증, 매일매일 챙겨 먹던 유산균 , 비타민 통  , 그리고 수많은 볼펜들 등등


'이땐 이랬지, 이런 것도 들고 다녔구나 '


혼자 지난날의 회상에 잠겨있던 찰나 , 옹기종기 붙어있는 회사 로고가 그려진  볼펜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볼펜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참 많았기에 '승무원에게 볼펜이란'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글은 2020년 11월 21일 하루 만에 조회수 12만 명이 터졌고, 여태껏 2만 5천 회의 가장 높은 조회수를 자랑했던 <퇴사할 수 없는 10가지 장점> 과는  말도 안 되는 숫자로 발라버린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대체 무슨 내용이었길래?


내용은 단순했다. 그저 기내 안에서 세관신고서 작성을 위해 여기저기서 펜을 빌리는 승객분들의 다급함과 한 분 한 분 빌려드리다 결국 어느 순간 펜을 다시 돌려받지 못한 나의 찝찝함과 불편함을 호소했던 짧은 글이었고 정보가 담긴 유익한 글도 아녔을뿐더러 어떠한 교훈도 없다. 그리고 순식간에  다음 메인 페이지 및 카카오 탭 , 다음 모바일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어쩌다 하루에 1-2명꼴로 늘기만 했던 밋밋했던 공간에 갑자기 5-60명 이상의 구독자가 떡 하니 생겨버렸고 10개의 글을 올려도 하나의 글이 천 이상을 달성하기도 어렵사리 한 유능한 브런치의 작가님들 사이에서 신입작가 나부랭이인 내게 조회수 12만이라는 엄청난 쾌거를 안겨주었다.

다음 모바일 직장 IN과 카카오탭 뉴스에서 조회수 폭발!


가만 보면 브런치의 글쓰기와 우리 인생은 묘하게 닮았다. 누가 봐도 이 글은 잘 쓴 글이고 조회수가 터질 것 같은데 100도 안 나오는 글들이 있기 마련이고 , 열심히 며칠 동안 써오다가도 어느 순간 구독자도 안 늘고 뭔가 정체된듯한 아쉽고 답답한 날들도 있다. 처음엔 글쓰기가 좋아 시작했는데 작은  숫자 하나하나에 연연 해지는 내 모습을 보자니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오늘같이 갑자기 몇십만 회가 터지는 기쁜 나날도 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 같은데 누군가 알아봐 주지 않을 때,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남들에 비해 나만 여전히 똑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것만 같은 정체된 느낌이 들 때. SNS처럼 차라리 수치화된 좋아요와 댓글의 개수처럼 어느 누군가에게 무한한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을 때 ,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불현듯 찾아온 행운과 기회에 가슴 뛸 듯 기쁠 때.  


직장 IN 인기 Best 7 순위에 든날!!!


누군가 그랬다.

'브런치에 글 쓰는 게 돈이 되긴 해?  '
'돈도 안되는걸 왜 해?


이렇게 글을 쓰면 돈이 되냐고? 아니다. 조회수 12만 아니 100만이 된들 달라 질건 없다. 갑자기 내 계좌에 조회수와 구독자만큼 수익이 꽂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 이 있다면 나의 마음가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볼수록, 익명의 구독자가 늘수록 그저 더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하다. 이 '글쓰기'를 통해 내 삶의 질이 조금씩 변하고 , 조금 더 나은 나로 변하는 길을 터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신은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주시는 것 같다. 오늘날과 같은 행운을 말이다. 나의 글엔 이따금 비판의 댓글도 달리기도 하고 어떤 글엔 라이킷과 공감의 댓글들이 넘쳐흐르기도 한다. 그들의 의견또한 존중한다. 어쨌거나 귀한 나의 독자들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그저 어느 때처럼 꾸준히 내 공간에서 글을 쓸 거다. 이곳은 온전히 '내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니까. 요행을 바라지 않고 살다 보면 내 인생도 오늘과 같은 '감동'의 날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모든 일이 그렇다. 반복적인 일상과 단조로운 삶 속에서도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꾸준히 자기 스타일대로 멋진 이야기를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에겐 유달리 기회와 행운이 더 많이 찾아오는 법이다.  그들은 인생의 주인을  '나' 자신으로 두어, 행위 자체를 즐기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니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조회수 12만의 의미는 뭘까. 지금껏 잘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비단 글쓰기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서 앞으로도 빵빵 터질 날들이 많으니 지금처럼 꾸준히 성실하게 살라고. 그러다 보면 꿈에 그리던 행운의 기회가 펑하고 찾아올 테니까. 그렇게 나의 자리에서 꾸준히 '글'을쓰다보면 '인생'이라는 멋진 책 한 권이 만들어지겠지?  


2021년은 흰소의 해라고 했다. 여전히 언제 끝날지모르는 코로나라는 역병과 함께 모두가 힘든 한 해가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고 성실한 '흰 소' 처럼  인내하는 신축년이 될것같다. 내년에도 여전히 나의 자리에서 꾸준히 글을 쓸거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이게 바로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내 삶에 내가 주인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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