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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부신 일상 Sep 16. 2022

정답은 만들어가는 것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고

어차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영주가 스스로 생각해낸 답이 지금 이 순간의 정답이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치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 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 또 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




병원 대기실에서 4시간째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핸드폰을 꼭 쥐고 앉아 있었다. 사람들로 번잡한 병원 안 대기실은 저녁노을이 길게 드리우며 빈 공간을 채운다. 넉넉잡아 2시간이면 남편의 시술이 마무리된다했는데 예상 시간이 되어도 연락이 없으니 애가 탔다. 평소 쏜살같이 흐르던 시간이 왜 이렇게 느리게 가는 건지. 


최근 남편이 가슴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가슴이 답답했고 아침에 샤워할 때도 심장이 조여 오는 아픔을 느꼈다고 했다. 여수 여행에서는 아침밥을 먹으면서 가슴에 불편함을 호소했고 결국 향일암에 오르는 초입부터 힘들다며 포기했다. 급하게 찾아간 동네 병원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어서 대형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하는 중 운동 부하 검사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다. 협심증이 의심이 되어서 심장 주변 동맥 상태를 정확하게 살펴보기 위해 관상 동맥 조영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입원실로 전화해 볼까 망설일 때쯤,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 나 지금 지혈 중인데 곧 마무리될 거야. 2층 당일 입원실로 올라와서 기다려.”


남편의 목소리가 너무 반가워서 서둘러 입원실에 올라갔다. 남편은 오른쪽 손목에 붕대를 칭칭 감고 지혈 중이었다. 검사도 잘 되었고 지혈이 빨리 되었다는 말에 긴 한 숨을 쉰다. 검사 결과 오른쪽 동맥 상태가 좋지 않아 스텐트 시술이 필요하다며 한 달 뒤에 다시 수술 예약을 잡았다는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봉지 한가득 약을 받아 병원을 나오며 시술 안내 책자를 읽다 보니 점점 얼굴이 어두워지며 연거푸 한숨이 나왔다.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니 어디서부터 잘 못 끼워진 단추인지 찾기 위해 과거를 들쑤시며 후회하고 원망하기 시작했다. 가장 힘들 사람은 환자인데 남편이 씩씩거리는 내 눈치를 보며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검사 후, 1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결과를 인정할 수 없어서 수많은 영상을 보고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 관련 자료는 차고 넘치니 혼란스럽기만 했다. 애써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본다. 결과를 판독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의사의 몫이지만 그 후 삶을 이끄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어떤 효과적인 시술이나 유능한 약도 치료제가 아니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뿐이었다. 환자의 곁에 서 있는 나는 건강한 삶을 위한 근본을 생각하고 삶의 변화를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며 하나 씩 실천해야겠다. 


불안함과 불확실함을 품고 낯선 곳으로 나아가려니 마음이 무척 힘겹다. 긍정은 좋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억지로 괜찮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지금까지 살아온 길에서 오답 한 조각을 찾았으니, 다시 다른 정답을 안고 부딪히며 걸어가야 한다. 선택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선택에 후회하지 않게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쌓아가려 한다. 항상 오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잊지 않고 유심히 관찰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오늘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결국 다양한 길 중 자신의 선택만이 정답으로 남을 뿐이다. 


오늘은 정답을 찾기 위해 영상을 보고 자료를 찾는 행동을 멈추고 차분히 명상과 기도를 하며 내면의 힘을 끼워야겠다. 나를 위해 예쁘게 점심을 차려 먹고 잠시 낮잠도 자며 고통의 곁에서 상대에게 내어줄 마음을 돌봐야겠다. 건강하게 저녁을 챙겨 먹고 남편과 산책도 다녀와야겠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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